지난 14일 저녁 화성 병점 인근의 PC방을 찾은 김모(36)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원 확인이 의무화라고 들었는데, 출입을 막고 확인하는 직원을 보지 못한 것이다.
김 씨는 "의무화라고 알고 QR코드를 준비했더니 PC방 직원이 QR코드 확인은커녕 명부작성, 신분증 확인, 열체크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절차 요구가 없었다"고 제보했다.
이어 "심지어 마스크를 쓰라는 얘기도 없었다"며 "직원도 마스크를 안 쓰는데 손님에게 착용하라 하겠냐"고 했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 감염 고위험시설에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운영 등을 의무화한 지 4주가 지나가는데, 화성시 병점 소재 다수 PC방은 이를 무시한 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보를 받은 해당 PC방을 30일 찾아갔다. 출입문에는 '카운터에서 QR코드 찍어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으나, 상반되게도 QR코드 확인을 안내하는 직원도, 명부도 없었다.
제보 내용대로 바로 입장할 수 있는데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손님에 대해 그 어떠한 제재도 없었다.
QR코드 의무화에 따라 시설관리자가 QR코드를 설치하지 않거나 명부작성이 미흡할 경우 300만 원이하의 벌금형 혹은 집합금지명령 등의 처벌을 받는데에도 이처럼 부주의한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지역은 지난 13일 확진자가 나온 삼성수원사업소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감염 위험에 상대적으로 더 노출돼 있는 상태다.
더욱이 이 부근은 초등학교, 중학교가 위치하고 있어 학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해당 영업장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당 PC방에서 채 2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다른 PC방들을 방문했지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QR코드 확인이나 명부작성 등 방문자를 확인하려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마스크 착용에 대한 주의도 주지 않았다.
이같은 시설들을 관리·감독해야 할 화성시청 역시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5일 김 씨가 해당 업소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자, 화성시청 측은 단계별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가 2주일 뒤 방문했을 때도 여전히 QR코드 확인, 명부 작성, 마스크 착용 등에 대한 지도는 부실했다.
이에 화성시청 관계자는 "불시에 점검을 나가 문제가 있으면 단계별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시에서 점검을 나가도 직원들이 계속 그곳에 상주할 수 없으니 점검 이후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되고, 전 국민이 불안에 떠는 가운데에서도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가 뚜렷한 대안 없이 상황을 방관하며 뒷짐만 지고 있는 셈이다.
화성시민 권모(28) 씨는 "의무라는 말은 당연히 해야한다는 말로 다들 알고 있는데, 당연히 안 하는 것은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금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 시에서 먼저 나서서 시민들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한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