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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함께하는 오늘] 나 거기에 있었다

   나, 거기에 있었다

 

                          박 남 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책장 한구석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다

 

점점 색이 바래고 먼지가 켜켜이 앉아

본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기억조차 없고

이제 그만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하나

 

마음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사이

해와 달은 수없이 떴다 지고

바람은 제멋대로 들락날락하고

 

문득 코끝 간지럽히는 초록향기에

몸은 허공에 둥실~

 

나, 그만 마음을 활짝 열어버렸다.

 

 

박남주 1955년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단오부채』, 『중심은 사랑이다』가 있다. 시랑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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