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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장마끝난 이천시 곳곳, 수해흔적만 가득 "그래도 내년이 있다"

이천시 누적 강우량은 보름사이 600mm 넘어

‘산양저수지 제방 붕괴’ 도로·교량 18건, 하천 67건, 저수지 등 70건

산사태 21건, 공공시설 363건, 비닐하우스 파손 등 1천687건

 

최장의 기록을 남긴 장마가 끝나면서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심각한 수해를 당한 이천지역은 곳곳에서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추가로 내린 호우주의보가 해제된 지난 11일까지 8월 1일부터 이천시에 쏟아진 누적 강우량은 14개 읍면동 어디 할 것없이 평균 400mm를 훌쩍 넘겨 호법면 지역이 최대 627mm였고 ‘산양저수지 제방 붕괴’ 전국적으로 수마(水魔)의 전조를 예고했던 율면 지역이 433mm 최소를 기록해 가히 ‘물 몸살’을 겪고 있다.

 

이천시는 이번 장마피해로 NDMS(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의 입력상 피해액이 도로/교량 18건 7억원, 하천 67건 28억원, 저수지 등 수리시설 70건 39억, 산사태 21건 32억 등 공공시설 363건 170억 8천만원으로 재정자립도 43.8%, 재정자주도 74,2% 인 이천시의 특별재난지역 선포기준 확산기준인 105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사유시설인 주택침수 파손이 66건 11억원, 농경지 침수.매몰과 비닐하우스 파손 등 1천687건 10억 1천만원, 축사 163동 파괴 등 1천551건 11억원의 민간의 피해가 발생했고, 공공시설의 응급복구만큼이나 생존의 위협을 받는 처지로 전체지역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천시의 지역적 피해에서는 지난 2일 산양수지 제방붕괴와 본죽저수지 배수로 하부 누수 등의 피해를 입은 율면이 공공시설과 사유시설을 합해 62억 7천만원으로 최대 피해를 입었고 그 뒤를 역내 최대 강우량을 기록한 호법면이 22억 3천만원이, 다음으로 장호원읍이 19억 9천만원 등이다.

 

주택침수 등으로 이재민이 341명 발생해 12일 기준으로 327명이 다행스럽게 귀가했고 14명이 현재 율면 체육관과 장호원체육센타, 호법면 매곡리, 송갈리 마을회관에서 수용 기거중으로 알려졌다.

 

이천시는 집중 폭우가 있던 지난 2일 이후 최대 피해지역인 율면과 장호원, 호법면 등을 우선으로 전지역에 대한 전방위 장비와 인력을 동원, 응급복구와 생활 터전에 대한 지원을 확대 강화해 나가고 있지만, 워낙 피해지역이 넓고 민간의 사유시설 복구에 애를 먹고 있다.

 

13일 현재, 백호우 944대, 덤프 207대, 소방차 156대 등 연 1,317 대의 장비를 동원했고 인원도 공무원 2천41명, 군인 1천897명, 경찰 294명, 소방인력 382명, 자원봉사 687명 등 5천423명이 수해복구활동에 참여했다.

 

 

현재, 율면 산양리에는 매일 하천, 도로 응급복구의 중장비의 기계음과 군인과 공무원들의 복구지원이 한창이다.

또, 전국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정부.지자체 산하 기관단체와 민간봉사단체가 속속 도착해 침수주택의 물청소와 가재도구 정리, 매몰.유실, 파손의 농업시설과 농작물에 대한 정리의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한 주민(농업,78)은 “장비를 들여 도로와 하천의 복구하는 시와 군인과 자원봉사단체들에도 감사하다" 면서 "율면에는 저수지가 4곳인데 폭우를 예상해 미리 저수지 물을 빼놨으면 하는 아쉬움과 떠내려간 논밭이 돌밭이 되고 파여 나가 올농사는 폐농이고 내년에도 어찌해야 할지 걱정인데, 침수주택에 대해 지원금이 턱없이 모자르고, 거기에다 설계, 세금 증명서 너무 복잡하니 특별히 간소화 하는 시책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복잡한 속내를 밝혔다.

 

 

산양리만큼이나 피해가 큰 호법면의 경우 송갈리 육계농장의 삼계탕용 2만수의 폐사체 처리와 절화재배 비닐하우스의 침수로 축산과 화훼농장주들의 깊은 시름이 가시지 않고 있다.

 

양돈장의 축사피해를 본 김모씨(55)는 "아무리 천재지변의 불가항력이라지만 엄두가 안 나는 강우량에 속수무책인 게 답답했다"고 하소연 했다.

 

 

율면의 이웃인 장호원읍 진암리 소재 무량사는 더 참혹했다.

 

뒤편 백족산에서 100여m이상의 손톱으로 할퀸 듯한 산사태의 토사와 돌 들이 요사채와 사찰 집무실로 밀려들어 와 모든 집기과 주거용품들을 휩쓸어 버렸다.

 

지난 3일 이후 인군 주둔 군부대 장병들과 이천시의회, 장호원 사회단체가 연일 복구지원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활동에 참가한 시의회 공무원들과 장호원읍사무소 관계자들이 당시 위급한 당시 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큰 돌과 토사가 밀려들었는데 사람 죽지 않은 게 부처님 도움이다 싶습니다. 복구작업이 지루하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정상으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율면의 경우 산양리 외 지역의 피해도 절대 가볍지 않아 복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2일 이천시의 한 여성봉사단체를 따라 오성리 피해농장을 찾았다.

 

"시우량(1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양)이 30mm이상이면 소하천 둑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당시 여기는 196mm의 장대비가 하루종일 쏟아졌습니다. 도로와 논이 구분 안 돼 돌아다닐 업두도 못 냈습니다."

 

산양리와 율면을 가르는 석원천을 사이에 두고 직선거리 2km 정도 남짓 거리를 두고 마주한 오성1리 윤주각 이장(60.과수원 농장)의 당시 상황설명이다.

 

윤 이장은 날도 단체와 개인들의 자원봉사 인력을 배치하고 접어 둔 마을 일을 정리하고 있었다.

 

마을로 접어들면서 집채 만큼 쌓인 토사는 마을 뒤편 팔성산(381m) 계곡에 쏟아져 내린 토사라 했다.

 

마을회관 부근에 도착할 때 미리 와 유입된 토사와 적치물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는 경찰들의 봉사활동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들 고맙죠. 이런 일을 안 당해야 하는데, 그건 사람 맘대로 되는 일도 아니라서... 앞으로 정작 대비해야 할 9월 태풍도 남아 있고, 우박, 서리 걱정이 많습니다. 

 

윤 이장은 귀농 12년차로 오성리 외에도 음성군 등 3개소에 복숭아 과수원 4천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비에 낙과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나무가 부러지고 뽑혀 나가고 돌과 자갈, 토사로 뒤 덮였다.

 

이 상태로는 당장 출하할 조생종 복숭아 ‘경봉‘과 ’그레이트’는 포기고, 여름 말미에 수확할 중생종인 ‘천중도’와 주력인 ‘황도’ 도 과육상처 등으로 얼마를 건질 수 있을지 시름이 깊다.

 

그는 이번 비로 평년 복숭아 농사 소득 1억원의 절반 가까이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대비해야 할 '9월 태풍'과 서리, 우박 등 자연재해로 얼마를 더 감소 될지를 염려한다.

 

더더욱 올해는 그렇다치더라도 내년에는 지금 과수원으로 밀려든 돌과 토사를 걷어내지 않으면 농기계를 투입할 수도 없는 게 더 걱정이란다.

 

 

"이장님, 힘내세요! 그땐 또 우리가 와서 도와드릴게요. 자! 여러분! 시작합시다!”

 

여성 회원 30여명을 향해 봉사단체 대표(55.학원업) 가 소리치자 각각 낙과 수거와 자갈 운반용 소도구를 가지고 과수원 내로 흩어졌다.

 

장마가 주춤 소강상태를 보인 12일이후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불볕더위로 치솟고 있다. 30도 이상의 폭염에 자원봉사자의 얼굴은 금세 땀방울이 가득 맺힌다.

 

"땅과 하늘을 보며 게으르지 않게 살아 왔는데 아직도 부족한 가 봅니다. 농부가 누굴 탓하겠습니까. 내년이 또 있는데요."

 

 

윤 이장은 스스로를 위로하며 아직도 수위가 줄어들지 않은 하천가로 내려가 두손으로 흙탕물 퍼올려 땀을 씻어내더니 불안한 평상에서 그간의 피로인지, 시름인지 한 참을 알 길 없는 생각에 잡혀 있었다.

 

[ 경기신문 / 이천= 방복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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