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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맹탕 국감의 원인은?

  • 신율
  • 등록 2020.10.14 06:00:00
  • 13면

 

지금 국회에서는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그런데 예년과는 다르게 여론의 관심을 못 얻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 국정감사는 과거와는 다르게 긍정적인 측면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국감을 통해 어떻게든 한번 ‘뜨려고’ 다양한 행동을 다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특별한 복장을 한다든지, 관심을 끌만한 물품을 국감장에 가지고 나오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국감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차분함은 칭찬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분함과 ‘맹탕’은 구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이번 국정감사 역시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여지도 존재한다.

 

흔희들 이번 국정감사를 ‘맹탕 국감’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야당의 정보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국정감사는 여당보다는 야당에게 유리한 정치적 장(場)이다.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국감에서는 야당이 유리한 입장임에도, 이번 국감을 보면 야당의 ‘한 방’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야당의 모습으로 판단하건데, 야당의 정보력이 그다지 신통치 못한 것 같다.

 

또한 야당 의원들 간의 팀워크가 뛰어난 것 같지도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한 주제를 집중적으로 파는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 간의 역할 분담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야당의 팀워크와 관련된 문제는 야당의 원내 지도부의 전략 부재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맹탕 국감의 원인이 야당에게만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여당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제도인데, 성공적인 견제를 위해서는 여당 스스로가 입법부의 일원임을 우선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여당은 입법부의 구성원이라는 생각보다는, 행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을 우선시 하는 것 같다. 물론 과거 정권에서도 여당은 국감에서 행정부의 방패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새 여당은 과거의 여당들보다도 행정부의 방패막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갖는 것 같다. 국정감사의 증인 채택을 보더라도 그렇다. 누구를 증인으로 채택하는가는 국감의 본래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정인데, 여기에서 여당이 막무가내로 특정인의 증인 채택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맹탕 국감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은 정책 국감만이 진정한 국감일까 하는 문제다.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차원에서, 정책 국감은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책에 대한 문제만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정책 국감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문제들에 대한 의혹 해소도 국감의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감에서 권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런 의혹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여당은 입법부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우선시해야 함은 물론이고,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즉, 장기적 차원에서 털 것이 있으면 오히려 빨리 털어 버리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을 위해 좋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말이다. 무조건 막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털어 버릴 것은 털어버려야 나중에 그 문제가 더 큰 사안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여당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국감에 참여한다면 맹탕 국감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이번 국정감사를 평가하자면, 이번 국감은 야당의 전략 부재와 정보력 부족 그리고 여당의 자기 위상에 대한 성찰 부족과 상황 판단의 부정확에서 비롯된 맹탕 국감이라고 할 만 하다. 그렇다고 국정감사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과 같은 상황은 ‘정상적인’ 국감이 얼마나 필요한 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의 정상화를 위한 국민적 지혜와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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