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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누가 ‘천사’를 죽였나

  • 안휘
  • 등록 2021.01.06 06:00:00
  • 13면


 

한 방송국의 심층 프로그램이 촉발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새삼스럽게 신년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네요. 고작 생후 16개월 된 아기 정인이가 악마 같은 양모(養母)에게 짓밟혀 사망한 지 80여 일이 지난 다음에야 온 사회가 들고일어난 시끌벅적 난리가 몹시도 불편합니다. 왜냐면, 이렇게 들썩들썩 법석을 떨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돌아서서 까맣게 잊어버릴 거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지요.

 

눈웃음이 예쁜, 천사 같던 아기 정인이는 과연 누가 죽인 걸까요. 정인이는 2019년 6월에 태어났지만, 친부모 양육이 어려워 그해 7월 일단 위탁모에게 맡겨집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20년 2월에 입양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는 새엄마 J모에게 입양됩니다. 그런데, 불과 1개월 이후부터 새엄마는 장시간 아이를 빈집에다 버려두는 등 16차례나 방임합니다.

 

비극은 잇따라 일어납니다. 5월 25일 정인이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합니다. 하지만 경찰은 잘 키우라는 당부만 하고 보냈습니다. 6월 29일 무더운 날 승용차 안에 방치된 정인이를 발견한 시민이 신고했지만, 이번에도 경찰은 그냥 넘어갑니다. 9월 23일 소아과 원장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이때도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은 악마들의 말만 믿고 조사를 종결했습니다. 세 번이나 정인이를 살릴 기회가 있었다는 이야기죠. 악마에게 당신이 악마인지를 물어보는 바보들에 의해 정인이는 죽음의 절벽으로 내몰렸습니다.

 

정치꾼들이 앞다투어 벌이는 단세포적 반응들이 가관이군요. 여당 정치인들은 또 무슨 무시무시한 처벌법을 지어내서 더 이상의 아동학대를 막겠다고 까치발 경쟁입니다. 법률가들은 J모 여인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광화문에 매달아야 한다고 떠들어대네요. 야당 정치인들은 모든 비극이 정권의 무능 탓이라며 물어뜯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연예인들을 비롯한 명망가들은 챌린지인지 뭔지에 이름 올리느라고 열심이군요. 이게 다 누구를 위한 쇼들인가요?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이 파열돼 죽은 16개월 핏덩어리 정인이에게 도움이 되나요? 제2, 제3의 정인이 사건을 막을 방패라도 되나요?

 

제발 망국적 ‘얇은 냄비’ 기질 좀 바꿉시다. 지금 당장 우리의 이기적인 무관심 속에 죽어가는 주변에 아이가 있지는 않은지 한 번이라도 더 살피는 게 더 중요합니다. 촘촘한 아동학대 감시망을 구축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친부모를 포함하여 J모 여인 같은 괴물들은 아직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위정자들은 그런 악마들을 물리치도록 확실한 예방책을 세워야 합니다. 정인이를 죽인 게 정말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누구인데 다들 이렇게 면죄부를 노린 굿판만 벌이고 있는 겁니까? 무지몽매한 어른들이 아이들을 자꾸만 죽이는 이 나라가 참말로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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