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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입문서] 명문 부활을 꿈꾸는 까치군단, 성남FC

 

월드컵만 보는 축구팬도, 해외축구만 보는 당신도, 이제 K리그에 입문하는 입문자들도 K리그를 즐길 수 있도록 알아두면 1%라도 도움되는 K리그 입문서. 그 네 번째 페이지를 시작한다.

 

K리그는 크게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으로 나뉜다. 기업의 든든한 지원을 통해 장기적 플랜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기업팀과 달리 시민구단의 경우 적은 예산으로 팀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런 시민구단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ACL에서 16강에 진출한 팀이 있다. 바로 까치군단 성남FC이다. 과거 성남일화천마 시절 국내를 넘어 아시아까지 그 위상을 떨치던 성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천마군단에서 까치군단으로

 

1989년 서울특별시 강북 지역을 연고로, 동대문운동장을 홈경기장으로 출범한 일화천마는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리그 최초 3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거두며 천마군단의 이름을 알렸다.

 

서울 내 명문으로 발돋움하던 일화천마는 1996시즌 개막을 앞두고 천안시로 연고지를 이전했지만,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구단의 성적 하락과 경기장 등의 문제로 일화천마는 성남으로 연고지를 옮겼다.

 

2000시즌 일화천마는 성남종합운동장이 위치한 성남시에서 경기를 가졌고, 명문의 부활 소식을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연고지 이전 다음 해인 2001년부터 2003년까지는 3년 연속 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전성기를 맞았다. 2002년에는 리그컵 우승까지 이루며 더블을 기록했고, 2004년 리그컵과 A3 챔피언스컵 우승 등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2012년 모기업인 통일그룹이 성남일화천마의 운영을 포기하며 구단의 미래가 어두워졌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하나 된 성남’이라는 이름 아래 2013년부터 시민구단으로의 전환을 준비해 2014년 시민구단 성남FC로 새롭게 태어났다.

 

성남FC는 창단 첫해 하나은행 FA컵 우승을 하며 기분 좋은 첫걸음을 디뎠으나, 2016년 11위를 기록해 강등됐다. 이후 2018시즌 K리그 2 2위로 승격을 이룬 성남FC는 2019시즌과 2020시즌 각각 9위와 10위로 잔류에 성공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서로의 심장에 깃발을 꼽다, 깃발더비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홈경기장은 자존심이다. 그런 홈경기장에 다른 구단의 깃발이 걸린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그런데 2014년 대한민국 K리그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당시 성남FC 구단주였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SNS를 이용해 수원시장이자 수원FC의 구단주인 염태영 시장에게 두 팀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시의 깃발을 패배한 팀의 시청에 걸자는 내기를 제안했고, 이를 염 시장이 수락했다.

 

수원FC는 2부에 소속돼 있어 접점이 없었으나, 2016시즌 수원FC의 승격으로 두 팀 대결은 펼쳐질 수 있었다. 두 구단주가 SNS를 이용해 기싸움을 이어가자 팬들의 기대 역시 모아졌다. 다만, 수원을 연고로 하는 또 다른 팀인 수원삼성블루윙즈 팬들의 반대로 시의 깃발은 구단의 깃발로, 깃발을 거는 곳은 경기장으로 변경됐다.

 

3월 21일 첫 경기는 1-1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7월 24일 두 번째 대결에서 성남이 2-1로 패하며 자신들의 홈경기장인 탄천종합운동장에 수원FC의 깃발이 걸렸다. 세 번째 경기에서는 성남이 2-1로 역전승해 균형을 맞추면서 각각 한 번씩은 깃발을 걸어봤지만 이후 두 팀 모두 강등당했다. 

 

 

◇창단 첫해 우승을 이루다

 

2014년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태어난 성남FC는 첫해 하나은행 FA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전북 현대모터스를 승부차기 끝에 5-4로 꺾은 성남FC와 상주 상무를 상대로 1-0으로 승기를 거둔 FC서울이 결승전에서 만났다.

 

먼저 기회를 잡은 쪽은 성남FC였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연결된 패스를 성남의 공격수 김동희가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득점에 실패한 성남은 이어 실점 위기에 빠졌다.

 

서울의 공격수 에스쿠데로가 성남FC 골키퍼 박준혁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빼앗아 슈팅을 시도했으나 수비수 곽해성이 이를 머리로 걷어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서울의 우세 속에 경기는 이어졌지만,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다.

 

서울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 성남은 수문장 박준혁이 서울 오스마르의 슈팅을 막아낸데 이어 정선호가 성공하며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섰다. 양 팀 모두 두 번째 키커가 성공하며 맞이한 세 번째 키커 박준혁이 또다시 몰리나의 슈팅을 선방했고, 네 번째 키커 김동섭의 골로 4-2 우승을 차지했다.

 

성남의 우승은 희대의 드라마였다. 시민구단으로의 전환, 팀 성적의 하락, 승부차기를 위해 대비해 뒀던 골키퍼의 출전 실패 등 여러 악재가 많았지만 선수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이룬 우승이기에 무엇보다 값진 우승으로 팬들에겐 기억된다.

 

 

◇성남의 아들에서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후 황의조의 발탁을 두고 ‘인맥축구’라는 논란이 일었다. 김학범 감독이 과거 성남에서 지도한 경험이 있는 황의조를 의리로 뽑았다는 지적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학연, 지연, 의리는 없다”고 밝혔으나, 논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황의조의 활약으로 대회에서 우승을 하자 이런 논란은 없어졌고, 그를 뽑은 김 감독의 혜안에 수긍하는 여론이 많아졌다.

 

성남시에서 태어난 황의조는 구단의 유스팀 출신으로, 2013년 성남일화천마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했다. 그는 2017년 J1리그 감바 오사카로 이적하기 전까지 성남에서만 뛰며 140경기 35골 8도움을 기록하는 등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성남에서 활약하던 2014년 하나은행 FA컵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는 2019시즌 대표팀과 일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프랑스 리그1 FC 지롱댕 드 보르도로 이적하며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성남의 아들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발돋움한 황의조는 여전히 성남 팬들의 자랑이다.

 

[ 경기신문 = 김도균 수습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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