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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형제의 난(亂)

  • 안휘
  • 등록 2021.04.07 06:00:00
  • 13면

 

 

어떤 형제가 함께 길을 가던 중 아우가 금덩어리 두 개를 주워서 하나를 형에게 주었습니다. 강에 이르러 배를 타고 건너는데, 아우가 갑자기 금덩어리를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형이 까닭을 묻자 아우는 “그동안 형을 사랑했는데, 금덩어리를 나누고 보니 갑자기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요. 그래서 버렸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형도 “네 말이 과연 옳다” 하고는 자기 금덩어리도 강물에 던져 버립니다. 양천강(陽川江 경기도 김포군 공암진 근처)을 무대로 전해오는 ‘형제투금(兄弟投金)’ 설화 내용이지요.

 

며칠간 ‘100억대 횡령’이라는 제목으로 주요 뉴스에 등장해 세간의 관심을 끌던 방송인 박수홍 형제 사건이 결국 소송전으로 번졌네요. 박수홍이 전 소속사 대표인 친형 박진홍을 상대로 고소를 했군요. 박수홍 측은 “친형과 30년 전부터 매니지먼트 명목으로 법인을 설립한 후 수익을 7:3의 비율로 분배하기로 약정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종류의 추담(醜談)들이 대개 그렇듯이, 양 측이 뒤엉켜 폭로전을 시작했네요. 박수홍의 친형 박진홍 측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수홍과의 갈등이 박수홍의 1993년생 여자친구로 인해 시작된 것”이라고 다른 얘기를 꺼냈군요. 또 박진홍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제보자는 “박수홍이 빈털터리라는 건 오보”라면서 “박수홍 명의의 집, 상가들도 몇 개씩 있다”는 반격을 펴고 있네요.

 

역사 속에서, 피를 나눈 형제들끼리 죽고 죽이는 상잔을 벌인 사례는 비일비재하지요. 1398년(태조 7) 8월에 이방원(李芳遠 태종)이 벌인 ‘제1차 왕자의 난’, 그 무지막지한 살육극이 먼저 떠오르네요. 옛날에는 권력을 놓고 골육상쟁을 벌였다면, 지금은 주로 재산 문제로 드잡이하는 게 다르군요. 재벌닷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 기준 40대 재벌그룹 중에서 총수 일가의 참혹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곳은 무려 17곳에 이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지어내는 막장극에는 해피엔딩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왕자의 난’으로 쭉정이 현대그룹을 물려받았던 정몽헌 전 회장은 2003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요. 동생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패해 두산그룹을 떠났던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도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버렸고요. 롯데가 신격호 회장 말년부터 벌어진 자식들의 경영권 이전투구 또한 장난이 아니지요.

 

방송인 박수홍이 이번 일로 불행해지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형은 동생이 나눠준 한 개의 금덩어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아우는 형에게 준 금덩이가 아까운 한 평화는 없겠군요. 30년 만에야 100억대 재산을 빼앗겼다고 깨달았다는 박수홍을 ‘천생 바보’라고 비웃는 민심은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가없는 물욕 앞에 형제애(兄弟愛)고 뭐고 다 팽개치는 현상이 어디 박수홍 형제뿐일까요? 다들 그렇게, ‘황금의 노예’로 사는 이 세상이 흡족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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