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3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파주시 버스준공영제 어떻게 돼 가고 있나?

 

 

파주시는 인구 48만명의 도농복합시다. 서울과 인접한 신도시 지역은 거주환경이나 주생활권이 서울 중심의 도시적 성격을 가진 반면, 접경지역과 가까운 농촌지역은 여전히 인구가 줄고 교통이며 교육, 문화 등의 면에서 소외된 전형적인 시골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노인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농촌지역은 어르신들의 대중교통대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에 파주시는 지난해 10월 마을버스 준공영제라는 특단의 공익적 제도를 도입했고, 버스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적인 차량운행은 전문업체가, 재정지원과 서비스 및 운영 관리는 시에서 총괄하는 제도를 안착시켰다.

 

이에 파주의 버스준공영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버스업체 주민 모두 만족하는 교통정책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엄습해 오는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발길도 줄었다. 전국 곳곳에서 시내버스는 물론 마을버스업계까지 경영악화로 인해 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지자체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내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건수는 15.9%(12억 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승객 감소로 인해 마을버스 배차간격을 늘리는 등 운행 횟수를 줄이고, 권고사직 등으로 운전기사 수를 감축하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는 나아가 시민들의 교통 불편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파주시는 달랐다. 시민들의 마을버스 이용률은 오히려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정류장에는 마을버스가 더 자주 오고, 더 깨끗해지고, 운전기사가 더 친절해졌기 때문이다. 

 

 

99대 마을버스 종합 관리… “더 일찍, 더 자주, 더 깨끗”

마을버스 092번 운전기사 A씨는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대형 운송그룹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었다. 아무리 40여년 간 운전대를 잡은 베테랑이라 한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여파는 피할 수 없었다. 촉탁계약직이었던 그가 구조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다행히 평소 알고 지낸 운송업체 사장의 제안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게 되었다.

 

바로 파주시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지난해 10월 17일부터다. 그때부터 A씨는 092번 운전대를 잡고 백학에서 적성전통시장을 이동하며 매일 친절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승객을 만나고 있다. A씨는 “코로나19로 버스업계가 힘들다. 다들 매달 가져가는 급여가 적다고 한다. 나는 급여걱정 안하고 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주시는 A씨가 근무하는 운수업체를 포함해 마을버스 준공영제에 참여하는 9개 업체(33개 노선, 총 99대)에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승객이 줄었고, 이로 인해 버스 수익금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파주시는 당초계획보다 23.5% 많은 재정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신, 시에서는 버스 배차 간격을 더 줄이고, 시민들을 위해 필요한 노선을 만드는 등 도서벽지 노선 신설 등 개편을 진행했으며, 첫차 시간은 앞당기고 막차시간은 늦췄다. 마을버스 디자인도 산뜻하게 바꿨다. 버스 내 청결도 더 신경썼다.  

 

 

이처럼 파주시의 마을버스 준공영제는 전국 최초로 ‘차량운행’은 운송업체가, ‘노선조정권한’은 시가 담당하는 ‘민영제’와 ‘공영제’의 혼합 형태다. 버스의 공공성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적인 차량운행은 전문업체가, 재정지원과 서비스 및 운영 관리는 시에서 총괄한다는 개념이다.

 

기존에도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서울을 비롯해 7대 광역시와 제주도, 경기도 일부에서 시행해왔지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대중교통이라는 점 이외에는 규모나 운영방법에서 차이가 크다. 부산시 기장군과 강서구가 마을버스를 통합관리제로 시행하지만, 제도나 운영방법을 규정하지 않아 재정지원형 민영제로 운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파주시의 마을버스 준공영제는 자체적으로 조례와 협약, 지침, 표준운송원가 산정기준을 마련했다. 준공영제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했다는 점에서도 전국 최초다.

 

 

그렇다면 파주시가 타 지자체와 달리 마을버스에 대해 준공영제를 시행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파주시의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파주시는 도농복합도시로 서울시의 1.1배 정도로 면적이 넓다. 면적이 넓다는 것은 버스 운행의 효율이 낮다는 의미로, 교통취약지역에는 민간 운송업체가 버스운행을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또 시민들의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률도 낮다. 파주시의 버스 이용률은 21%로 주변도시인 고양시 25.3%, 양주시 24%에 비해 낮다. 지하철을 포함한 대중교통의 이용률을 비교해 보면 고양시는 40.5%, 김포시 31.3%로 늘어나지만, 파주시는 28.2%에 불과하다.

 

게다가 마을버스는 시내버스보다 영세해 교통취약지역을 운행하는 것을 꺼리거나, 운수종사자의 근무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 이는 시민들의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때문에 시민들의 교통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버스의 노선개선과 안정적인 마을버스 운영체계 구축 등 준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최종환 파주시장의 판단이다.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마을버스 준공영제 사업이 시행된 지 불과 5개월 만에 시민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99명 시민이 본 달라진 마을버스… 혜택은 운전기사에게

고등학생 시절에는 통학하느라 버스를 탔고, 요즘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느라 똑같은 마을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20대 B씨는 마을버스 준공영제 시민평가단(이하 시민평가단)이다.

 

B씨는 최근 이 버스를 타고 가는 출근길이 편해졌다. 늘 사람이 많아서 손잡을 곳도 없었는데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 버스 안이 한산해졌다. 배차 간격이 짧아져 승객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B씨는 “코로나19 이후 승객이 줄어든 것 같지만, 출·퇴근시간에 배차간격이 확실히 짧아졌다”면서 “차가 자주 오니까 이전보다 여유있게 버스를 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평가단 60대 C씨도 “평소에도 대부분의 기사들이 친절하지만 더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특히 기존에는 간혹 마스크를 제대로 안 쓰는 운전기사분이 있었다. 준공영제 이후에는 다들 철저하게 잘 쓰고 있어서 잘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처럼 시민평가단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총 99명으로 평소에도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파주시민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주부, 회사원, 대학생, 교사, 자영업자 등 다양한 연령과 직업, 지역에서 거주한다. 이들은 실제로 마을버스를 이용하면서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인사태도, 복장, 승객응대, 운전태도, 무정차여부, 배차시간준수 이외에도 차량청결도 등을 기록해 평가하고 있다.

 

이미 시민평가단이 활동을 시작한 지난 1월 20일부터 2월 말까지 500회에 걸쳐 평가를 진행했다. 준공영제 이후 대표적으로 배차시간 준수, 무정차여부, 복장태도, 냉난방상태 등이 90점대로 높게 평가됐다.

 

시는 이같은 평가결과를 토대로 하위 20% 차량은 업체별·차량별 친절교육 및 차량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업체에 요청하는 등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해 나간다. 또한 평가결과에 따라 상반기, 하반기에 걸쳐 친절 운수종사자를 선정하고, 최대 230만원의 인센티브를 직접 운수종사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시민들이 시간 맞춰 탈 수 있도록 정시성 적용

앞으로 파주에서는 지하철처럼 약속된 시간에 정류소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마을버스를 볼 수 있게 된다. 배차간격이 30분 이상인 마을버스는 승객이 버스를 놓쳐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도록 정해진 시간에 미리 도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마을버스에도 ‘정시성(定時性)’을 적용시켜 시민들이 버스 운행시간표를 보고 필요한 시간대에 맞춰서 승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038번, 083번 등 16개 노선의 버스 30대가 그 대상이다. 마을 정류소와 SNS, 지역 온라인카페 등을 통해 홍보가 시작됐다. 이달 17일부터 안내된 운행 시간표대로 버스 운행이 시작될 예정이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신설 노선은 도심과 농촌 등 지리적 특성을 반영할 계획이다. 운정3지구와 같은 도심은 노선 입찰형으로 전환하고 적성, 파평과 같은 농촌지역은 수요 응답형으로 전환해 마을버스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최종환 파주시장은 “마을버스 준공영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시민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서비스 질 개선을 도모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시민이 편리하게 마을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최연식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