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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인문학] 불교의 시간, 찰나와 억겁

1찰나, 75분의 1초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시간 65찰나
세계가 존속하다 파괴돼 無로 돌아가는 시간, 겁

 

흔히 매우 짧은 시간을 ‘찰나의 순간’이라 일컫는다. 이와 반대로 긴 시간을 이야기할 때 ‘억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지만, 찰나와 억겁의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찰나는 일반적으로 어떤 현상이나 사물이 이뤄지는 순간을 의미한다. 순식간이라는 단어와 비슷한 뜻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눈 한 번 깜빡하는 사이를 뜻하는 순(瞬)과 숨을 한 번 쉬는 사이를 말하는 식(息)을 합친 말인 순식간은 찰나보다 긴 시간이다.

 

불교 경전 ‘대비대사론’에는 찰나에 대해 “2명의 성인 남자가 인도 카시국에서 생산된 여러 가닥의 명주실을 양 끝에서 잡아당기고 있을 때, 다른 남자가 와서 이를 단숨에 절단했다. 이때 64찰나가 경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수치로 나타내면 75분의 1초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1찰나는 0.013초가 된다. 상상도 하기 힘든 짧은 시간이다.

 

손가락을 한 번 튕기는 시간을 ‘탄지’라고 하는데, 이는 65찰나가 흐른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우리는 아주 긴 시간에 대해 ‘억겁’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흔히 억겁과 영원을 혼용해 사용하지만, 영원은 끝이 없는 시간을 뜻하므로 억겁과는 다르다.

 

겁은 겁파(劫波)의 준말로, 한 세계가 만들어져 존속하다 파괴돼 무(無)로 돌아가는 한 주기를 말한다. 다른 말로는 사방 십 리에 쌓은 돌산을 선녀가 하늘에서 백 년에 한 번씩 내려와 비단 치마로 스쳐 그 바위산이 다 닳아 없어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겁이다.

 

1겁조차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인데, 억겁이란 시간이 도대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불교에서는 옷깃을 한 번 스치는 것은 500겁, 부부의 연은 7000겁, 부모 자식의 연은 8000겁의 인연을 쌓아야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석가모니의 가르침처럼 우리가 만나고 관계를 맺는 인연들은 엄청난 시간을 거친 후에야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글이 잠시나마 인연의 소중함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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