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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제욕심(掃除慾心)

의왕소방서 강범모 소방행정팀장

  • 등록 2021.06.14 06:00:00
  • 9면

 

율곡은 어머니인 신사임당을 여의고 깊은 상실감에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금강산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1년간 공부를 마치고 20살에 외할머니가 계시는 강릉 오죽헌으로 돌아가 다시 학문에 정진하는 마음을 다 잡고자 11개의 원칙을 세우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자경문>이다.

 

이 중 여섯 번째 원칙 중 청렴과 일에 대한 태도를 강조한 소제욕심(掃除慾心)이란 내용이 있다. 이는 ‘재물과 영예를 이롭게 여기는 마음은 비록 그에 대한 생각을 쓸어 없앨 수 있다 하더라도, 만약 일을 처리할 때에 조금이라도 편하게 처리하려는 마음이 있다면 이것 또한 이로움을 탐하는 마음이니 더욱 살펴야 할 일이다’라는 내용이다.

 

세상을 향한 20세 청년의 출사표라기엔 그 의미가 깊어 5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공직자의 청렴이란 무릇 재물과 영예만을 탐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일을 대충 넘기려는 무사안일(無事安逸)이야 말로 공직자가 경계해야 할 가장 큰 적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공직사회는 외부로부터의 금품수수나 특혜제공과 같은 중대 비위에 대해서 무관용 원칙에 따른 엄격한 처벌 인식이 장착되어 이와 같은 일은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는 2016년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시작으로 지난 4월 국회 임시회 본회의를 통해 통과된 ‘이해충돌방지법’으로 매듭지으며 청렴하지 않은 자는 더 이상 공직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였다.

 

다만 아직까지 민간기관과 달리 공공기관 특유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로 인해 불합리한 업무와 비효율적인 행정이 잔존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공직사회는 여전히 꽉 막힌 조직이라는 인식을 주고 있다.

 

공직사회도 최근 들어 이를 인지하고 각종 대책을 내놓으며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 특히 소방 행정과 관련해서는 매년 청렴도 향상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투명하지 않은 업무처리와 나쁜 관행들을 없애려 노력하고 있다.

 

내부로부터는 불필요한 일 줄이기를 추진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으로 이행 여부를 점검한다. 이에 더해 권한남용 및 갑질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소통의 창을 만들어 투명한 업무처리를 하려 노력하고 있다. 또한 외부적으로 불합리한 행정과 제도를 보완하고자 119 청렴해피콜을 실시하여 국민들의 건의와 불만사항을 직접 청취하고 있으며, 건축, 완비, 위험물, 공사·용역 관련 민원인을 대상으로 소방민원만족도 조사를 추진해 보다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피드백을 상시 받고 있다.

 

오늘날 공직자의 청렴이란 더 이상 금품을 받지 않고 청탁을 하지 않는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생을 위한 적극적인 소통과 조직의 비효율적인 관행을 혁파할 수 있는 공직자야 말로 진정한 청렴의 자격을 갖춘 이라 할 것이다. 500년 전 한 청년 율곡의 다짐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공직자에 경종을 울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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