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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건물 붕괴참사 희생자 첫 발인…'아픔 없는 곳으로'

함께 시내버스 탄 아빠와 생사 갈린 서른 살 딸 영면의 길
매몰 현장서 사고 약 170분 만에 발견된 첫 사망자도 발인

 

 

수술을 받고 요양 중이던 아내, 엄마를 찾아가던 부녀는 함께 시내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재개발 공사장 옆 정류장에 멈췄을 때 철거 중이던 건물이 기울더니 도로 방향으로 쏟아지듯 무너졌다.

 

무너진 건물 더미가 덮친 버스에서 앞쪽 좌석에 앉은 아빠와 달리 뒤쪽 좌석의 딸은 황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 피해자의 첫 발인식이 사고 나흘째인 12일 광주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번 참사로 숨진 9명 가운데 가장 먼저 이승에서의 마지막 길을 나선 이는 안타깝게 생사가 갈렸던 서른 살 딸이다.

 

발인은 망자가 빈소에서 묘지로 향하는 여정이다.

 

부모보다 먼저 하늘로 돌아가는 딸의 마지막 여정을 가족과 친구 등 20여 명이 지켜봤다.

 

영정을 앞세운 이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서로에게 기대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고인을 배웅했다.

 

가족들은 참사 부상자이자 유족이기도 한 아빠에게 딸의 죽음을 이날까지도 알리지 못했다.

 

참사의 상처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아빠가 그보다 더한 충격을 감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고인의 삼촌인 A(67)씨는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슬픔과 울분을 함께 삼켰다.

 

A씨는 "현장을 가봤더니 되지도 않는 공사를 했다"며 "아무 대책도 없이 지나가는 버스를 덮쳤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탄식했다.

 

이날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철거건물 붕괴참사의 첫 사망자로 기록된 60대 버스승객의 발인식도 이어졌다.

 

고인은 사고 발생 약 2시간 50분 만인 오후 7시 8분께 발견된 아홉 번째 매몰자인데 앞서 구조된 8명과 달리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져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후 발견된 나머지 매몰자 모두 사망자로 분류됐다.

 

참사 피해자의 사망 원인을 의학적으로, 법적으로 규명하는 부검은 전날 늦은 오후부터 시작됐다.

 

유가족이 고인의 시신을 인도받아 장례를 치르면서 아홉 영혼은 이날부터 영면에 들어간다.

 

시민 추모객을 위한 합동분향소는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 마련됐다.

 

참사는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사업지의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했다.

 

철거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에 통째로 매몰됐다.

 

짓눌린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대부분 앞자리에 탄 생존자 8명은 아름드리 가로수가 버스 전면부에 전해진 충격을 줄여주면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사망자 9명은 손상이 심했던 버스 후면부 승객들이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경찰은 행정기관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측 공사 관리와 감독 부실의 책임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는 대규모 철거공사장 옆에 방치한 시내버스 정류장 등 제도 허점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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