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 살기, 밖에서 살기, 동선 늘려 살기'로 요약되는 '채나눔' 건축론을 주창해온 건축가 이일훈(후리 건축연구소 대표) 씨가 2일 오후 5시 14분께 폐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67세.
1954년(호적상 1956년) 출생, 1978년 한양대 건축과를 졸업한 고인은 1984년 건축잡지 '꾸밈'을 통해 건축 평론가로 등단했으며, 김중업(1922∼1988) 건축연구소 디자인팀장을 거쳐 자신의 사무실을 열었고 경기대 건축전문대학 대우교수를 지냈다.
그는 1998년 인천 동구 만석동 달동네에 저예산으로 만든 지상 3층, 연면적 45평의 '기찻길 옆 공부방'으로 건축 비평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건축주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지은 남양주의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낡은 책으로 채운 거친 돌집)에 대한 경험을 담아 에세이 '제가 살고 싶은 집은'(2012, 서해문집)을 출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 마당을 둘러싼 회랑을 집어넣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밝맑도서관', 재활용 포장으로 울퉁불퉁한 땅바닥과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분자로'를 담은 가평군 '우리 안의 미래 연수원', 그리고 청년사 등 출판사 사옥, 화성시 팔탄면의 '자비의 침묵 수도원' 등 다수의 종교 건축물을 설계했다.
한편, '채나눔 방법론'은 아파트나 주상복합 건물처럼 한 공간에 모든 것이 집약된 집은 편리하지만 건강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최대한 자연과 만날 기회를 주고 일상의 의미를 생각할 시간을 주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빈소는 고려대 구로병원 장례식장 203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5일 오전 4시 30분이다. 문의 070-7606-4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