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바로크 음악의 정수로 꼽히는 비발디의 사계. 사계절 변화를 선율로 묘사하고 있다. 또 겸재 정선 등 조선 후기 산수화가들은 이른바 진경산수화를 통해 우리의 사계절 산천을 있는 그대로 운치있게 그려냈다. 이처럼 사계절을 주제로 하는 음악, 미술 등 예술작품은 무수히 많다. 사계는 우리 삶의 토대인 셈이다.
사계절 순환은 영구불변의 자연법칙이다. (1년 내내 여름이거나 겨울인 지역은 제외) 이는 지구 탄생 때부터 계속돼왔다. 그런데 사계절 순환법칙이 위태로워질 조짐이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1년 사계 중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한반도 기후대가 이미 온대에서 아열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는 겨울이 아예 없어져서 사계절 순환법칙이 붕괴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지나친 기우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결코 현세대에는 발생하지 않을 현상이라며 가볍게 넘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듯이 기후변화를 방치했다가는 멀지 않아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시계를 미래에서 과거로 돌려보자. 수억 년 전부터 지구는 몇 차례 기후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됐다. 하지만 당시의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지금의 인위적인, 즉,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와는 원천적으로 다르다.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폭염과 장마 기간처럼, 해마다 기록경신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각종 이상기온 현상과 이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자그마한 섬들. 신종 바이러스 출현 등등. 기후변화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고 심각하다. 미래 인류의 존망(存亡)이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올여름 독일과 벨기에 등의 이례적인 폭우와 홍수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서유럽국가들은 이를 기후변화에 의한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최근 승인한 ‘제6차 평가보고서 제1 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40년 사이에 지구 평균 온도가 19세기 말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3년 전 예측치보다 10년 이상 앞당겨진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속도가 붙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폭염 등 이상기후 현상도 급증하고 지구 해수면 상승 속도도 빨라진다.
지구 기온 1.5도 상승은 그 위험이 인간과 자연 모두에 심각한 수준이 된다는 것으로 지구온난화의 방어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기후변화 대처,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억제 등 탄소 중립운동이 더욱 시급해지고 있는 이유다. 군포시도 그 중요성을 절감하고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도시로의 전환, 혁신적인 탄소 중립 신산업 육성, 주민주도형 탈 탄소 도시로의 전환 등 5대 중점과제, 38개 세부사업을 정리했고, 이를 추진해나갈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말 전국 지자체들과 함께 ‘2050 탄소 중립’ 동참을 선언한 바 있다. 또한 군포시 공직자들이 기후변화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위협을 명확히 인식해 줄 것을 공직자들에게 수시로 주문하고 있다.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동참과 협조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심각성을 인식했으면, 할 수 있는 수단은 미루지 말고 즉각 실천에 옮겨 줄 것을 시민들께 당부드린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 늘리기, 분리배출 생활화를 통한 재활용률 높이기 등 시민들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 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지만 소중한 실천이 쌓이고 싸이다 보면 커다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이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 같다. 더 방치했다가는 미래 세대가 아닌 현세대부터 그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기후변화 위험은 우리 코앞에 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