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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22. 밤나무와 성남 율동(栗洞)

 

분당 율동공원으로 널리 알려진 율동은 법정동이고 행정은 서현1동에서 관할한다. 율동의 지명유래는 하나에 세 근(斤)이나 되는 밤이 생산돼 ‘삼근율(三斤栗)’이라 했고, 이 지역을 서근배미, 서근바미라 부른다고 알려져 있다. 또는 밤이 썩어나갈 정도로 많아 ‘썩은밤이’라 하고 한자로는 ‘후율리(朽栗里)’로 표기한다. 율동 600년 명문가인 청주한씨 묘비 여러 곳에 후율리라는 지명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썩은밤이가 정확한 유래일 것이다.

 

 
율동 지명 유래가 된 밤은 우리가 흔히 먹는 굵은 밤이 아니라 도토리일 것이다. 숯내(탄천), 숯골 일대에서 숯을 많이 생산했던 것은 참나무가 많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시골 어르신들은 쓰디쓴 도토리를 ‘꿀밤’이라 하고, 참나무를 밤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도토리는 흉년이 들었을 때 귀중한 식량이 되었다. 서울 수서 율현에서부터 율동까지 밤나무 그늘이 진 곳이라 율목음촌(栗木陰村)으로 기록된 것도 많다.
 
율동은 성남지역에서 대단히 신령스럽고 유서 깊은 고장이다. 율동의 명막암은 아득한 옛날 봉황과 비슷하다는 전설의 새인 초명새가 남방에서 왔다가 세상이 살기 좋아 되돌아 갈 때를 놓치고 그만 바위가 되었다. 초명새 전설이 있는 만큼 신령스럽기도 으뜸인지라 산 이름은 영장산(靈長山)이다. 산 너머 광주 직동에 유명한 고불 맹사성 대감의 묘가 있어서 맹산(孟山)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영장산이다. 태평동의 영장산 봉국사에서부터 율동까지 영장산은 성남시를 포근하게 감싸 안은 형국이다. 삼족오와 관련한 천조산(天鳥山), 천호산(天護山)과 마귀할멈 똥뒷간 전설이 있고, 이런 신령스러움에 더해 새마을 연수원 안쪽의 골짜기에는 불교의 전설을 간직한 지명이 골짜기마다 무수히 전해오고 있다.

 

 


율동은 역사의 중요한 인물을 배출한 명당자리가 많은 고장이기도 하다. 성종대왕의 태실이 율동에 있었다. 세조가 "한 아무개가 정교하고 자세하기가 제일"이라고 했고, 집현전 학사들이 "성인(聖人)을 우리가 아직 보지 못했으나, 한공과 같은 이가 거의 가깝지 않겠는가"라고 평가한 문정공 한계희를 비롯한 그 후손들의 묘역이 자리 잡고 있다. 순흥안씨와 의령남씨, 진주유씨 등이 율동의 오래된 명문가이다. 한계희 비문을 쓴 안침(安琛), 정조 스승인 남유용(南有容) 등의 묘역이 율동에 있다.
 


일본 침략 시기에 율동은 애국애족의 정신이 실천으로 옮겨진 뜻깊은 마을이다. 1919년 3월 고종황제의 장례식에 갔던 이 마을 한백봉(韓百鳳), 한순회(韓順會) 등의 애국지사들이 마을 주민들과 율동에서 만세시위를 일으켜 분당리 장터로 진출하고, 남태희 초대 낙생면장이 이끄는 낙생면민들과 합세하면서 시위 군중은 3천 명이 넘었다. 만세운동 이후에도 신간회(新幹會) 광주지회를 결성하였고, 신간회 해체 후에는 광남(廣南)소비조합을 만들어 민족 역량을 키워나갔다. 천도교 광주교구장이던 한순회는 쌀을 모아 독립운동 자금으로 보내거나 일본의 멸망을 기원하는 ’멸왜(滅倭)기도운동‘을 주도했고, 광남소비조합에서는 조합장 한순회 등 조합원 22명은 일본이 저지른 만주사변(1931. 9.18~1932.1.)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성금을 모아 조선일보사에 전달하였다.

 


현재 율동에는 새마을연수원, 국군통합병원, 국궁장, 3.1만세운동기념공원, 한백봉과 한순회 등 애국지사 묘역과 생가터, 청주한씨 사당, 책테마파크, 율동공원 등 다양한 시설이 있어 성남 최고 명당 길지임을 증명하고 있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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