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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팬덤(Fandom) 정치’와 ‘역선택’

  • 안휘
  • 등록 2021.09.03 06:00:00
  • 13면

 

 

내년 3월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이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선 레이스를 벌이고 있네요. 먼저 시작한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1차 컷오프를 거쳐서 여섯 명이 이합집산 성향을 서서히 드러내면서 난타전을 벌이고 있고, 제1야당 국민의힘도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공방전 파열음을 터트리기 시작했군요. 돌아가는 분위기로 봐서는 이번에도 전쟁 같은 ‘죽기살기식’ 정쟁 추태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 같지요?

 

선거가 치러질 적마다 등장하는 최대의 갈등 소재는 역시 ‘경선 룰’ 논쟁이에요. 규칙을 어떻게 정해야 자기에게 유리할까 하는 셈법이 작동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해요. 그래도 축구시합을 앞두고 경기규칙을 정하는 일에 선수들이 나서서 왈가왈부하는 일을 본 적이 없는 국민의 눈에 매번 보여주는 이런 드잡이 모습이 편치만은 않네요. 게임의 원칙은 어디나 마찬가지여야 할 텐데, 정치판으로 가면 영락없이 시끌벅적하니 짜증 나는 거죠.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별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경선의 한 방식으로 시작됐지요.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선출하는 방식으로서, 인기 있고 명망 있는 인물을 후보로 영입하는 데 유리한 제도라는 평가예요. 냉정하게 말하면 이것은 이념과 정책을 달리하는 정당이 대표를 내세워 국민의 선택을 묻는 시스템인 정당 민주주의의 원칙에 살짝 안 맞아요. 단순한 인기투표로 흐를 개연성도 높고요.

 

작금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쪽은 제1야당 ‘국민의힘’이군요. 이른바 ‘역선택’ 문제를 놓고 ‘경선 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각 캠프의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네요. 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허용할 것인가 아닌가의 싸움이에요. 이 논란의 중심에는 고약한 ‘팬덤(Fandom) 정치’의 폐해가 도사리고 있어요.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노사모의 ‘팬클럽 정치’ 수준까지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지요. 그 이후 여야 정치권에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이성 따위는 전혀 작동되지 않는, 오로지 확증편향에 찌든 정치꾼들이 판을 치는 망국적 광신도정치(狂信徒政治)가 나타나고 있어요. ‘태극기 부대’나 ‘문자폭탄’ 테러가 그 대표적 현상이에요.

 

‘역선택’도 선택인데, 그게 무서우면 아예 후보직을 사퇴하라는 말도 일리는 있어요. 그런데, ‘팬덤 정치’의 꿀맛을 즐기는 정치인일수록 그 부작용을 외면해선 안 돼요. 선거제도의 기능을 왜곡시킬 위험성이 다분하거든요. ‘무조건 지지’라는 야만적 편견에 기대어 지역 정치, 패거리 정치로 되돌아가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는 정말 위태로워요.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정직한 눈으로 냉정하게 시시비비 할 줄 아는 국민이 훨씬 더 많아야 비로소 튼튼한 민주국가가 될 텐데, 참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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