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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일상회복 첫발…위험 낮은 곳부터 단계적으로

1년 9개월 만에 방역체계 전환…"지속가능한 대응하면서 방역규제 완화"
18일부터 '백신패스' 시범 적용…재택치료 확대, 중환자 중심 대응
정부, 접종률 목표 85% 제시…새 변이 출현, 확진·사망자 급증할 가능성도

한국형 '위드(with) 코로나'가 내달 조심스러운 첫발을 뗀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1년 9개월여 만에 방역체계가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쏟아붓기보다는 사망 방지와 위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선택하면, 코로나19 방역의 핵심 조치인 다중이용시설 운영 제한이나 행사·모임 제한 등이 서서히 완화된다. 정부는 이를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부른다.

 

일상회복 선언은 코로나19 종식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방역·의료적 대응을 하면서 일상을 도모하되,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감수하겠다는 결정인 셈이다.

 

◇ 확진자는 억제했지만 사회·경제적 피해 커…일상회복 시동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코로나19 차단 전략과 마스크 쓰기 등 국민의 적극적인 방역 동참을 통해 확진자 발생을 억제하고 사망 피해를 줄이는 데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1일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는 6천466명, 치명률은 0.8%다. 미국(13만2천302명, 1.6%), 영국(11만9천623명, 1.7%), 독일(5만1천827명, 2.2%), 일본(1만3천523명, 1.1%)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성과가 두드러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전파 차단을 위해 시행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내몰렸고, 일반 국민 역시 장기화한 방역에 피로감을 느끼며 거리두기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의료 측면에서도 의료·방역 인력들이 '번아웃'(탈진) 되고, 코로나19 대응에 과도한 자원이 투입되면서 의료계 전체적으로 응급·중증 환자 대응에 과부하가 걸리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백신 접종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 전파, 4차 대유행의 지속으로 국내에서는 위드 코로나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탄탄한 접종 인프라에 힘입어 3분기에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자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형 일상회복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했고, 지난 13일 구체적 방안을 논의할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구성되는데 이르렀다.

 

◇ 이르면 내달 1일 '단계적' 위드코로나…접종 완료자 중심 '백신패스'도

 

미국, 영국, 이스라엘, 프랑스 등 주요국이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는 이르면 내달 1일부터 일상회복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이번 주말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국민의 70%에 도달할 것으로 보여 방역 전환을 위한 핵심 조건이 갖춰지게 된다.

 

영국과 같은 급격한 정책 전환보다는 싱가포르와 같은 점진적인 방역 완화가 현실적이라는 것에는 정부나 전문가나 이견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영국의 경우, 지난 7월 19일 마스크 착용을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해제했으나 그달부터 재유행을 맞아 최근 하루 4만여명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8월 6일 재택치료, 대규모 추적조사 최소화, 중증률 관리 등 추세관리, 접종자 해외여행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4단계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점진적 추진에도 확진자 증가세가 나타나자 재택근무 의무화 등 방역 재강화에 나섰다.

 

백신 접종률이 85%를 돌파한 포르투갈의 경우 최근 영업시간·인원 제한, 음성확인서 제출 등을 완화했는데, 확진자 감소세가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접종률을 기준으로 일상회복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접종률이 70%, 80%, 85%로 올라가는 시점에 맞춰 생업시설, 대규모 행사, 사적모임과 관련된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접종자를 중심으로 방역적 위험이 낮은 분야부터 단계적, 점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되 거리두기 기본 수칙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침에 따라 접종 완료자가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제한을 받지 않게 하는 '백신 패스'가 도입될 예정이다. 18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는 접종 완료자만이 스포츠 경기장 입장이 허용되는데, 백신 패스 첫 적용이다.

 

백신 패스는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수단이라는 논란도 있다. 다만 미접종자의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으로 방역이 강화되고, 접종자를 돌파감염에서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정부가 공연장, 경기장 등에 한해 한시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내 마스크 착용은 상당 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 방역 재강화는 힘들어…새로운 변이 출현 대비 계획도 필요

 

정부는 향후 일일 확진자가 4천∼5천명씩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이런 상황에도 일상회복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예방접종 전인 지난해 12월 각각 4.72%, 2.70%에서 지난 8월 2.17%, 0.35%로 뚝 떨어졌다.

 

위중증으로 악화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지자 정부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삼고, 상태가 나빠지는 확진자는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하는 중환자 중심 관리 방안을 내놨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재택치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위드 코로나 유지가 어려워진다. 병원 치료를 적기에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택에서 이탈해 감염원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숙제다.

 

먹는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입원 없이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어 재택치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상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는 최대의 적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예상치 못한 위기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필요하다.

 

윤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는 "전파력이 빠르고, 백신에 저항력이 높고, 치명률도 높은 새로운 변이가 등장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확진자를 훨씬 초과하는 유행이 지속된다면 추가적인 차단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계획이 구체적으로 몇 단계로 구성될지, 시행 기간은 얼마나 될지는 이달 말에 확정된다.

 

정부가 접종률 최종 목표로 제시한 85%는 12∼17세 소아·청소년이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선택한다는 가정하에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0시 기준 접종 완료율은 인구 대비 63.9%였다.

 

일상회복 열망이 강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는 한참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적어도 2∼3년 이상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안전을 위해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 자체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