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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일제의 감시 피해 ‘진실’ 전한 경성방송국 직원들

‘뚜뚜뚜 : 1942’…광명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성기석 옹 주제로 한 팩션극

 

“나는 조선임시정부라는 말이 들리자 머리카락이 모두 서는 것 같은 느낌을 가졌고, 독립군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돋고 경련이 일어났다. 꿈에도 들은 일이 없어 말할 수 없는 흥분의 시간이었다.” - 故 성기석 옹(1920.1.15- 1990.4.7)

 

1942년 일제강점기 시절 경성방송국 직원들이 중경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단파방송을 청취해 일본의 불리한 전황을 조선인들에게 전하다 체포당한 일명 ‘단파라디오 사건’.

 

그 사건의 주인공 성기석 옹은 임시정부의 단파방송을 처음 청취할 때를 회상하며 이같이 소회를 밝혔다.

 

지난 13일 광명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광명극장 무대에 오른 뮤지컬 ‘뚜뚜뚜 : 1942’는 광명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이자 ‘단파라디오 사건’의 주인공인 성기석 옹을 주제로 한 팩션극이다.  

 

성 옹은 일제강점기 말기 ‘외국 단파방송청취 금지령’에 맞서 경성방송국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함께 단파 라디오를 통해 ‘미국의 소리’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보낸 단파방송을 청취해 연합군의 승전고를 전했다.

 

그는 이이덕, 김동하, 홍익범 등과 1942년 12월 말에서 이듬해 초에 걸쳐 ‘조선 임시보안령’을 비롯해 ‘사설 무선전신전화법’, ‘사설 방송용전화법’ 등 위반으로 검거됐다. 

 

이후 1945년 8·15 광복 직후 출옥, 동료들과 함께 서울 시내로 나와 만세시위를 벌였고,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

 

극은 1942년 ‘단파라디오 사건’의 시작과 성기석 옹의 투옥까지를 중심으로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제목인 ‘뚜뚜뚜’는 한국인 직원들이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발 박자로 모스부호를 표현했다. 그만큼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조선인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자 했던 성 옹을 비롯한 경성방송국 직원들의 당시 긴박한 상황을 뜻하기도 한다.

 

그들은 일본이 전하는 거짓 알림에 맞서 연합군의 승리와 광복이 가까워졌단 사실을 전하는 것이 소명이라 생각했다.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괴롭고 힘든 일인 것처럼, 공연을 보는 관객과 달리 독립이 오는지 모르는 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은 모든 것이 어둡고 캄캄하기만 했다.

 

때문에 “난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로 인해 많은 조선인들이 다시 희망을 품게 됐잖아요”라는 주인공의 대사처럼, 그들의 용기 있는 결단은 당시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던 대중들에게 조금이나마 지치지 않게 한 한줄기 불빛이었다. 

 

공연은 단순히 당시 사건을 회상하고 기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독립은 되었지만 우리가 너무 아프다’는 극 중 대사는 후손인 관객들이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조들의 희생을 제대로 기억하지도 기리지도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반성하게 한다. 

 

연극 ‘뚜뚜뚜 : 1942’는 광명문화재단 ‘2020 광명역사인물 및 문화자원 창작 희곡 공모전’ 창작희곡 공모전 대상작을 극화했고, 제작은 창작의 숲이 맡았다. 

 

‘창작의 숲’은 교육과 연극, 뮤지컬과 토론 등을 융합한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단체로 프로시니엄 무대 형식의 일반적 연극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로 관객과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경기신문 = 김도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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