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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희망의 힘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한대희 군포시장

 

 

“그 해의 크리스마스는 성스러운 명절이 아니라 차라리 지옥의 명절이었다. 불이 꺼져있는 텅 빈 가게들..” 어느 해변 도시에서 발생한 지독한 전염병과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인간의 행태를 다룬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의 한 대목이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소설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1월 중순쯤에 이르러 시민들이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갖게 된 때부터 실질적으로 페스트의 위력은 사라져 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 사회도 곧 이렇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피력하면서 이 글을 쓴다.

 

희망의 사전적 의미는 ‘앞 일에 대하여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막연하고 단순한 바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목표를 염두에 두고 의지가 수반될 경우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힘이 된다. 희망을 갖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개별 인간의 행동이 달라진다. 더 나아가 희망이 여러 사람들에게 퍼지면 그 집단, 나아가 사회 전체의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희망이 큰 힘을 발휘해서 기대 이상의 상황으로 반전을 이끈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많이 목도해왔다.

 

코로나19가 잇따른 변이종의 출현으로 기세등등하다. 코로나와의 무한정 적대적 대응에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시작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과 단계적 일상회복이 불과 두 달도 안 돼서 제동이 걸렸다. 그래도 백신을 맞으면서 희망을 갖고 어떻게든 헤쳐나갈 듯, 이겨낼 듯 했는데, 코로나 기세가 꺾일 줄 모른다. 군포시의 경우 하루 한 자릿수 확진자 발생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40명, 50명이 예삿일이 돼버렸다.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을까. 백신 접종에 따른 희망도 소용없는 일이 된 걸까? 최근 시청 간부회의에서 회의 내내 코로나 문제만 다룰 정도였다. 그만큼 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의 고민이 어느 때 보다 더 크다. 물론 시민들, 특히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우리는 작금의 상황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백신 접종 말고는 의존 수단을 찾기 어렵다. 물론 백신이 완벽하지 않다. 소수이지만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임상기간이 절대적으로 짧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백신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우리는 여기에서 고민한다. 선택을 해야 한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간은 실존하기 때문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택에 직면하게 되며,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어짜피 모든 것이 100% 확실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능성의 싸움이다. 어느 쪽이 위기 극복에 더 가능성이 크고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서 선택해야 한다. 소수이긴 하지만 백신접종 부작용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 거부 행위를 용인해야 하나. 아니면 공동체 보호를 위해 집단 백신 접종을 강행해야 하나. 더 나아가 이른바 백신 패스를 통해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을 줘야 하는가. 한 마디로 개인의 자율권 존중이냐, 공동체 보호냐로 모아진다. 개인의 자율권 존중이라는 명분 아래 이를 방치하면 백신 불신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 코로나 상황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국가로서 백신 접종 강제집행권과 수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강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합리적인 판단과 선택에 따른 자발적 접종이 아닐까 한다.

 

인간은 희망을 포기할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 궁(窮)하면 통(通)한다고 했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희망을 키워내야 한다.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고, 죄악이야..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것이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백신 접종과 희망,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수단인지도 모르겠다. 획기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는 한, 일단 여기에 모든 걸 걸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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