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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위기 '용인 3대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집 새로 짓는다

모금해 마련한 둥지, 투병중 반도체산단 편입돼 사라질 뻔
용인시·시행사·보훈단체 '집터 이전해 재건립' 뜻 모아

 

경기 용인시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던 '3대 독립운동가' 오희옥(96) 지사의 집이 다시 건립된다.

 

2018년 용인시민과 공무원의 모금, 해주 오씨 종중의 집터 기부, 기업의 재능기부가 하나가 돼 오 지사의 거처를 마련해 준 것처럼 이번에도 용인시와 시민이 정성을 모으기로 했다.

 

14일 오 지사의 가족과 용인시 등에 따르면 13일 용인시장실에서 열린 오 지사 거처 마련을 위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결정됐다.

 

이 자리에는 백군기 용인시장, 김성구 용인일반산업단지㈜ 대표, 최희용 광복회 용인시지회장, 우상표 용인시 독립운동기념사업회 대표, 최종찬 건축사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서울의 병원에서 투병 중인 오 지사가 고향으로 돌아와 쉴 수 있도록 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내에 역사공원을 조성하고 공원 안에 76.5㎡ 규모로 가옥을 건립하기로 뜻을 모았다.

 

가옥 조성은 시의 행정 지원을 바탕으로 각계각층의 힘을 모아 진행할 예정이다.

 

용인시건축사협회가 재능기부로 건축설계를 맡고, 산업단지 사업시행자인 용인일반산업단지가 건축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오 지사의 집이 용인시를 대표하는 3대 독립운동가의 뜻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광복회 용인시지회와 용인시독립운동 기념사업회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백 시장은 "유일한 생존 여성 독립애국지사인 오 지사가 여생을 고향에서 편히 보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면서 "우리 시도 오 지사 가문의 호국 충절의 뜻을 기릴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앞으로 오 지사의 가족과 보훈단체, 사업시행자 등과 협의해 구체적인 건립 일정과 방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새로운 가옥이 건립되기 전까지 기존의 집은 철거하지 않고 보존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 지사의 아들은 "독립유공자인 어머니의 나라사랑 정신을 후손들과 교감하고 공유하는 공간이 사라지지 않고 존속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어머니 건강이 더 회복되면 주말에라도 고향 집에 모시고 오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출신의 오 지사 집안은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오 지사에 이르기까지 3대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독립운동 명문가'이다.

 

할아버지는 오인수 의병장, 아버지는 오광선 광복군 장군, 어머니 정현숙 지사와 언니 오희영 지사는 독립운동가이다.

 

1927년 만주에서 태어난 오 지사는 언니 오희영 지사와 함께 1934년 중국 류저우(柳州)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에 입대해 첩보 수집을 하고 일본군 내 한국인 사병을 탈출시키는 등 광복군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오 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오 지사 집안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로에 보답하는 의미로 용인시와 시민들은 힘을 모아 오 지사의 고향인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527-5 일원에 독립운동가의 집을 지어 헌정했다. 이 집은 2018년 3월 1일 문을 열었다.

 

정부가 아닌 기초지자체가 시민들과 함께 독립유공자를 위한 집을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오 지사의 집은 여러 언론에 보도되며 조명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 지사는 용인 보금자리가 마련된 지 보름여 만에 급성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병마와 싸우고 있다.

 

그 사이 오 지사의 집을 포함한 원삼면 지역이 SK반도체클러스터 사업부지로 확정됐고, 오 지사의 집이 이주대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오 지사의 자녀들은 지난해부터 SK그룹 회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독립유공자의 집 보존을 요청했고, 지역 사회와 시의회 등도 대체가옥 마련을 위해 애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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