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로 끝난 이번 20대 대선은 과정부터 끝까지 갖은 신기록을 쏟아냈다.
초박빙 득표 차와 엇나간 여론조사 등으로 역대 어떤 대선보다도 당선인 윤곽이 늦게 나온 선거로도 기록됐다.
통상 대선은 출구조사와 개표 진행 상황을 토대로 이르면 투표일 당일 밤 11시에서 늦어도 다음 날 오전 1∼2시 사이에는 결과 예측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이튿날인 10일 오전 3시 50분쯤에야 윤 당선인의 '당선 확정' 보도가 가능했다. 이는 98% 개표를 완료한 시점이었다.
개표 중반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우세한 흐름을 보이다가 개표율 51% 시점에 처음으로 역전했고 이후 1%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유지하는 등 초접전이 이어진 것이다.
최종 결과 역시 윤 당선인은 역대 최소 격차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10일 개표율 100%를 기준으로 윤 당선인의 득표율은 48.56%,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47.83%)를 0.73%포인트(24만7천여표) 앞섰다.
1, 2위 후보 간 격차가 가장 작았던 선거는 1997년 15대 대선으로, 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40.27%의 득표율로 38.74%를 얻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상대로 신승했다.
무효표(30만7천여표)도 25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기록을 더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초접전 양상이 나타난 것은 그만큼 보수, 진보 진영이 각각 총결집한 결과로 해석된다. 지역·성별·연령대 별로 모든 항목에서 표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이른바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선거일 6일 전부터)에 실시된 3개 기관 여론조사가 모두 윤 당선인이 우위(3.1%포인트∼7.6%포인트 격차)를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유권자들이 막상 투표장에 다다라서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 이라 불리는 이번 선거는 막판까지 양 진영에서 네거티브 리스트를 쏟아냈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를 대장동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하자, 민주당은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꺼내며 '윤석열 게이트'라고 역공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녹취록 폭로와 이를 둘러싼 아전인수식 여야 공방이 격화하면서 '녹취록 대선'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배우자 리스크'도 한몫 했다. 윤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 허위이력, 무속 의혹 등이 꼬리를 물었고,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도 막판에 불법 의전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선판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렇다 보니 양강 후보의 비호감도는 지지율을 크게 웃돌았고, 막판까지 여론조사 결과는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들쑥날쑥했다.

이런 가운데 윤 당선인 자체로도 선거사에 다양한 기록을 다시 썼다.
윤 당선인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의원 경력이 없는 최초의 '0선' 대통령이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선출직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오른 유일한 사례이기도 하다.
서울 태생·서울대 법대·검사 출신 대통령도 모두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윤 당선인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다.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모친인 최정자 전 이화여대 교수는 강원 태생이나 당선인 본인이 서울 출신이었던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017년 대선 때 검사 출신인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가 먼저 도전했지만 낙선했고, 민주당은 검사 출신 후보를 내세운 적이 없다.
배우자가 유세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첫 영부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미혼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배우자가 마지막까지 공식 행보를 함께 하지 않은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김 여사는 '직업'을 가진 첫 영부인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김 여사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코바나컨텐츠 운영을 지속할지 여부는 알려진 바 없으나, 전시미술 기획 분야 전문성을 살려 사회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경기신문 = 허수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