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많은 전문가들이 국제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의 폭등, 물가상승 압력과 국제공급망 붕괴 등을 우려하고 있다.
비상 대비 업무를 총괄하는 공직자로서 이 같은 경제적 손실도 걱정되지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민간시설 폭격, 오인사격 등으로 어린이와 노약자를 포함한 민간인 사상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전투기 폭격, 미사일, 전차 포격 등을 피해 지하철, 아파트 주차장 등 지하 대피소에서 몸을 숨긴 채 전쟁이 끝나는 날만을 기다리며 삶을 꿋꿋하게 견디고 있다.
이들에게 만약 대피시설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안전에 대한 아무런 방비 없이 무차별적인 위협에 노출되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처럼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저항 의지를 불태우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대피시설은 전쟁과 재난 등 비상 상황 시 주민들이 의탁할 수 있는 중요시설이다. 특히 6·25 전쟁 후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휴전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대피시설의 중요성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을 마주 보고 사는 1,356만 경기도민들에게는 더욱 피부로 와닿는 문제다. 김포, 파주, 연천군 등 무려 7개 시군이 접경지역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들은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장사정포나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최전선인데다가, 과거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는 평시에도 우발적 포격 도발과 총격 사건 등이 발생한 바 있다.
따라서 비상 상황 시 주민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대피장소를 확보하는 것은 경기도의 매우 중요한 정책적 과제다. 실제로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접경지역 주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정부지원 주민대피시설 건립을 추진해왔다.
이후 연천군 중면 포격사건으로 일시 대피소에서 체류형 대피소로 전환하여, 도내 접경지역 7개 시군에 정부지원시설 77개소를 확충했고, 도심지의 경우 아파트 지하 주차장, 지하상가, 지하철역 등 3,704개소를 지정해 비상사태 시 생활 속 주민대피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현재 경기도는 약 5,000만 명이 대피할 수 있는 주민대피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며, 31개 전 시군이 모두 인구 대비 100%가 넘는 대피시설을 갖추게 됐다. 더욱이 매년 공공용 대피시설 신규 지정 등을 통해 대피공간을 지속 확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평시에도 대피시설 활용할 수 있도록 주민들을 위한 요가, 탁구, 난타, 전시관 등의 시설 지원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리 국민을 포함한 전 세계인들은 전쟁이 결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 튼튼한 안보와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대비만이 비상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한다.
대피시설에 대한 투자와 확충은 비상시 안전을 담보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지속적인 정부지원 대피시설의 건립과 지하철, 지하주차장 내 공공용 대피시설 확충으로 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경기도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피시설 확충에 힘써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