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대통령선거가 끝나면서 대선 레이스의 핵심 이슈였던 '대장동 게이트'의 진상을 특검하자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비상대책위원장 내정)는 13일 "특검 실시에 대해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자께서 동의한다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3월 임시국회 처리에 아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국민들이 다 보시는데 부정부패 진상을 확실히 규명할 수 있는 어떤 조치라도 해야 한다"며 "거기에는 무슨 꼼수라든가, 그런 것도 없다고 작년부터 늘 주장해왔다"고 했다.
윤 당선인이 직접 '특검'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3일 유세에서 민주당의 특검 요구를 비판하면서도 "특검이든 뭐든 진상만 밝히면 저희는 대찬성"이라고 말한 바 있는 만큼 이날 역시 사실상 동의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장동 특검론'은 지난해 검찰 수사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의 로비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 자료를 확보하고도 검찰 수사가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는 비판 때문이다.
또 수사팀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연 회식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등 검찰의 실책도 한몫했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전 후보를 겨냥해 대장동 특검법을 발의했고, 민주당은 상설특검법을 활용해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에 착수하자는 당론을 이달 3일 채택해 선거운동 기간 막바지에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날 민주당과 윤 당선인의 입장 발표로 정치 공방의 성격이 강했던 특검론이 더 구체화할 여지가 생겼다는 평가도 있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실제로 특검이 가동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검을 도입하려면 여야가 수사 범위와 기간을 함께 정해야 하는데 일단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수사 범위만 보더라도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에 더해 윤 당선인을 겨냥한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과 부실 수사 의혹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국민의힘은 이 전 후보 등을 포함한 '윗선' 의혹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이른바 '50억 클럽' 문제와 이 전 후보의 대법원 무죄 취지 판결에 '재판거래'가 있었는지 등 남은 의혹들도 있어 어디까지를 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할지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상설특검법에 따른 합의가 이뤄진다고 해도 특검 임명(2주가량)과 수사팀 구성(약 20일) 등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수사 착수는 순조롭게 진행돼도 4월 말에나 가능하다.
특검 수사 기간이 기본 60일, 필요한 경우 대통령 승인을 받아 추가로 30일을 더 수사할 수 있는 만큼 수사 결과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6월∼7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향후 여야 논의 과정에서 특검 도입이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있다.
수사 실적을 내야 하는 특검이 재임 중 불소추 특권을 갖는 현직 대통령 관련 의혹보다 이 전 후보를 겨냥한 대장동 '윗선' 수사에 집중할 가능성이 있어 특검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으로서는 자승자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굳이 특검보다 정부 출범 후 새로 판을 짤 검찰에 진상 규명을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란 계산을 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허수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