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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에서 '인태'로…한국도 인도태평양 전략 세운다

한미 정상성명 포함…대통령실 "올해 중 한국 인태전략 발표"
미국 인태전략과 접점 확대될듯…쿼드 협력도 본격 추진, 구체적 형태는 미지수

 

정부가 '한국판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구상을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밝혀 주목된다.

 

지난 21일 발표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를 수립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성명은 "양 정상은 번영하고 평화로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동 지역에 걸쳐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도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우리 인태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 추진하겠다"며 올해 중 적절한 계기에 한국의 인태전략 발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자체적인 인태 전략을 수립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외교적 의미를 갖는다.

 

미국, 일본, 호주에다 유럽 국가들까지 세계 주요국들이 앞다퉈 인태전략을 발표해온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그동안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 개념 자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태평양이라는 지역 개념은 미중 전략경쟁과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 시기인 2017년께부터 동북아시아, 호주, 인도에 이르는 지역을 통칭하던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용어 대신 '인도·태평양'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2018년에는 태평양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칭했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전략적으로 연결된 공간으로 인식하는 '인도·태평양'에는 중국의 해양진출을 견제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에 높은 전략적 가치를 부여한 것도 인도·태평양 개념의 특징이다.

 

문재인 정부까지 한국은 직접 인태전략을 수립하는 대신 아세안·인도와 협력 강화 등에 방점을 둔 신남방정책을 추진했다.

 

미국 인태전략과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구상을 연계하기 위해 협력"(지난해 5월 한미 정상 공동성명)한다는 식으로 '공통분모'를 강조하는 표현을 주로 썼다.

 

중국 견제라는 미국 인태전략의 목표에 동참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남방정책과 미국 인태전략의 공통분모는 주로 아세안을 대상으로 한 실질적 협력사업에 초점을 맞췄다.

 

새 정부가 한국의 인태전략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이런 기존 신남방정책의 성격을 보다 확장된 지역전략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국회 인사청문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그간의 신남방 정책이 "기능협력 위주로 추진됐다"며 "인태지역의 급변하는 정세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규범·원칙에 기반한 전략적 측면을 강화해 더욱 포괄적인 지역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미국 인태전략과의 접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역할이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에서 지역 차원으로 확대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인태전략이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고 설정할지도 관심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여전히 중국을 위협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인태지역의 안보 환경을 설명하고 위협과 도전사항을 상정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적 목적과 구체적 정책 수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새 정부는 인태전략 일환으로 일단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와의 협력 강화를 염두에 뒀다.

 

이를 위해 미국은 물론 일본, 호주, 인도 등 쿼드 4개국과의 협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팬데믹 퇴치, 기후변화 대응, 핵심기술 개발 등 한국이 보완적 강점을 지닌 세부 분야에서 우선 협력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쿼드와의 협력이 '워킹그룹 참여→정식 가입 모색'이라는 공식적인 형태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쿼드는 현재 워킹그룹이라는 구체적인 틀을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22일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동행한 백악관 기자단과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한국의 쿼드 추가는 고려하지 않는다"며 "새 회원국을 생각하기보다는 (쿼드가) 이미 제시한 것들을 발전, 강화하는 게 지금의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