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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준의 경기여지승람(京畿輿地勝覽)] 76. 외교의 선물, 코끼리를 귀양보내다


최근 북한에서 선물로 받은 개가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예로부터 나라 사이의 외교에 선물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는데, 금은보화 뿐 아니라 돼지, 낙타, 코끼리. 원숭이, 호랑이 등 살아 움직이는 생물도 한 품목이 되었다.

 

그 중에서 고려 태조 때의 만부교(萬夫橋) 사건은 유명하다. 거란에서 낙타 50필을 보내왔는데, 거란의 사신 30명은 섬으로 유배를 보내고 낙타는 만부교 아래에 매어놓아 굶어 죽게 한 것이다. 거란이 발해를 멸망시킨 나라였기 때문에 ‘금수(禽獸)의 나라’라고 하였다. 만부교는 개경의 보정문(保定門) 아래에 있는 다리인데, 이 사건 이후로 탁타교(橐駝橋), 낙타교(駱駝橋), 야교(夜橋)라고 부르게 되었다.

 

 

태종 11년(1411) 일본 국왕 원의지(源義持)가 사자(使者)를 보내어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코끼리를 바쳤으니, 이것을 사복시(司僕寺)에서 기르게 하다가 3군부(三軍府)에서 기르도록 했다. 코끼리는 날마다 콩 4~5두(斗)씩을 소비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태종 12년 겨울에 전 공조전서(工曹典書) 이우(李瑀)가 기이한 짐승이라 해서 가보니, 그 꼴이 추함을 비웃고 침을 뱉었는데, 코끼리가 노하여 밟아 죽인 것이다. 법률에 의하면 살인을 저지르면 사형에 처하게 된다. 그런데 코끼리는 사형당하지 않았다.

 

조선은 법률을 명나라의 법률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살인을 하면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코끼리는 한일 외교의 선물이었기 때문에 죄의 등급을 1등급 감해서 유배형에 처해진 것이다

 

태종 13년 11월 5일 코끼리를 전라도의 해도(海島)에 귀양을 보내도록 명하였다. 병조 판서 유정현(柳廷顯)이 건의하였다.
"일본에서 바친바, 길들인 코끼리는 이미 임금님의 완호(玩好)하는 물건도 아니요, 또한 나라에 이익도 없습니다. 두 사람을 다쳤는데, 만약 법으로 논한다면 사람을 죽인 것은 죽이는 것으로 마땅합니다. 또 일 년에 먹이는 꼴은 콩이 거의 수백석에 이르니, 청컨대, 주공(周公)이 코뿔소와 코끼리를 몰아낸 고사(故事)를 본받아 전라도의 해도(海島)에 두소서"
임금이 웃으면서 그대로 따랐다. 이때 코끼리를 귀양보낸 곳이 순천 정원박람회장에서 보이는 장도(獐島)이다.

 


섬으로 귀양을 간 코끼리를 사육하는 데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귀양을 간 지 몇 달 되지 않은 이듬해 봄에 전라도 관찰사가 보고하기를 "길들인 코끼리를 순천부 장도에 방목하는데, 수초(水草)를 먹지 않아 날로 수척해지고,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립니다" 하니, 임금이 듣고서 불쌍히 여겼던 까닭에 육지로 내보내어 처음과 같이 기르게 하였다.
그 이후로도 코끼리 사육은 백성들에게 골칫덩이였다. 워낙 많은 곡식을 먹었기 때문이다.

 

세종 2년(1420) 12월 28일에 전라도 관찰사가 코끼리를 돌아가며 사육하자고 청한 것이다.
"코끼리란 것이 쓸 데에 이로운 점이 없거늘, 지금 도내 네 곳의 변방 지방관에게 명하여 돌려 가면서 먹여 기르라 하였으니, 폐해가 적지 않고, 도내 백성들만 괴로움을 받게 되니, 청컨대, 충청·경상도까지 돌아가면서 기르도록 하게 하소서"하니, 상왕인 태종이 그대로 따랐다. 코끼리 사육하는 문제도 상왕이 결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충청도와 경상도까지 돌아가며 사육하도록 했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웠다.

 

세종 3년 3월 충청도 관찰사가 코끼리를 섬 가운데 있는 목장으로 내놓아 달라고 건의했다. 
충청도 관찰사가 아뢰기를, "공주(公州)에 코끼리를 기르는 종이 코끼리에 채여서 죽었습니다. 그것이 나라에 유익한 것이 없고, 먹이는 꼴과 콩이 다른 짐승보다 열 갑절이나 되어, 하루에 쌀 2말, 콩 1말 씩이온 즉, 1년에 소비되는 쌀이 48섬이며, 콩이 24섬입니다. 화를 내면 사람을 해치니,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해가 되니, 바다 섬 가운데 있는 목장에 내놓으소서" 하였다. 그래서 지시하기를, "물과 풀이 좋은 곳을 가려서 이를 내어놓고, 병들어 죽지 말게 하라" 하였다. 그 이후로 코끼리는 역사 기록 뒤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 경기신문 = 김대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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