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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은 흔적들…'걷기 좋은 날 만세길에서 만나'

화성시 우정·장안 지역 3·1운동 조명하는 화성3·1운동만세길
15개 유허지, 총 31㎞…방문자 위한 도슨트 해설프로그램 운영
화수리 주재소 터·가와바타 순사 처단 장소 방문

 

오는 3월 1일이면 제104주년 삼일절이 돌아온다. 삼일절은 국권 회복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며 1919년의 3·1 독립 정신을 계승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된 국경일이다.

 

3·1독립만세운동은 총 1692회, 최대 100만여 명이 참여한 대규모 민족운동이었다.

 

특히, 경기도는 총 367회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3·1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됐고, 참여인원도 17~20만여 명에 이르렀다.

 

일본군은 지속적이고 격렬한 만세운동이 계속되자 1919년 4월 15일, 지금의 화성시 제암리에서 주민들을 집단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10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현재 우리가 밟고 서있는 이 땅에서 일어난 그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삼일절을 앞둔 지난 22일, 기자는 도슨트(해설사)와 함께 독립운동가들이 1919년 4월 3일 우정·장안지역에서 만세를 외치며 걸었던 길과 역사적 현장을 복원한 화성 3·1운동만세길을 걸어봤다.

 

 

◇ 뜨거웠던 그날, 그들이 걸었던 31㎞

 

1919년 3월 1일, 서울에서 시작된 3·1독립만세운동의 소식은 고종의 국장에 참여해 만세시위를 목격한 사람이나 신문 기사를 통해 화성으로 전달됐다.

 

화성 3·1운동은 1919년 3월 21일 동탄면에서 일어난 만세시위를 시작으로 송산·서신면, 향남·팔탄면, 우정·장안면 등 3개의 권역으로 확대돼 대대적으로 전개됐다.

 

 

이 중에서도 우정·장안지역은 사전에 비밀회의를 열고 계획을 세운 조직적이고 거국적인 연합 만세시위가 진행됐다. 4월 3일 두 지역 주민들이 연합해 연대 시위를 펼쳤다. 종교와 계층을 초월한 대규모, 조직적인 무력항쟁이었다.

 

일제의 말단통치기구인 면사무소(장안면사무소, 우정면사무소)와 주재소(화수경찰관주재소)를 파괴, 방화하고 이 과정에서 일본 순사 가와바타 도요타로(川端豊太郞)가 쏜 총에 맞아 이경백(李敬伯)이 순국했으며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우정·장안지역의 사람들은 도망치는 가와바타 순사를 처단했다.

 

 

화성 3·1운동만세길은 이렇듯 치열했던 화성지역 독립운동사를 널리 알리고, 독립정신을 기리고자 100여 년 전의 그 길을 다시 조성했다.

 

총 31㎞로 이어져있으며, 당시 길의 약 60%이상을 복원해 만들어졌다.

 

1919년 만세를 외치며 걸었던 길에는 독립운동가의 집터, 생가, 관공서, 횃불 시위 운동 장소 등이 남아있어, 그날의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다.

 

◇ 시민들의 목소리로 듣는 그날의 이야기

 

도슨트 해설프로그램은 코스별로 약 30분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다.

 

화성 3·1운동만세길 방문자센터에서 출발해 화수리 주재소 터, 가와바타 순사 처단 장소를 둘러보고 카드게임을 통해 화성지역 독립운동가를 알아보도록 구성됐다.

 

해설은 지난해 화성시문화재단 전문 양성과정을 거쳐 선발된 화성시민 11명이 진행한다.

 

방문자센터를 나서기 전 3·1운동만세길에 대한 짧은 동영상 시청으로 프로그램은 시작된다. 영상은 2분가량으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일제강점기 국민들의 고통과 화성 3·1운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화적 요소로 담았다.

 

 

이날 해설을 맡은 박성현 해설사는 국사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었다. 그는 “역사를 늘 공부하고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해설프로그램을 준비하며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들이 많다”면서 “이곳을 찾아주신 분들도 화성 3·1운동의 몰랐던 부분들을 배우고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영상 시청 및 간단한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방문자센터를 나섰다.

 

목적지는 화수리 주재소 터. 가까운 거리이지만 인도가 따로 없어 주의해야 한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 순사가 일정한 구역에 머무르며 사무를 맡아보던 화수리 주재소가 있던 곳이다. 조선인들의 일상을 통제하고 반일(反日) 및 항일(抗日) 행위 등을 감시하는 목적으로 설치돼 수탈과 폭력 등을 일삼았다.

 

3·1운동 당시 우정·장안 지역 사람들은 일제의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 화수리 주재소 앞에서 만세를 외치며 주재소를 불태워 파괴했다.

 

 

박성현 해설사는 “독립운동가들은 오전 4시부터 오후 6시까지 31㎞의 길을 하루동안 다 걸었다. 화수리 주재소 터에는 오후 4~5시 정도에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때 이곳에 약 2천 명의 만세꾼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문하게 된 가와바타 순사 처단 장소는 화수리 주재소터에서 만세꾼들에게 총을 쏘며 달아난 가와바타 순사가 만세꾼들이 던진 돌과 몽둥이로 맞아 죽은 곳이다. 이 격렬했던 저항은 주동자들 체포를 비롯해 제암리·고주리 학살로 이어졌다.

 

30~40분간의 걷기를 마친 후 방문자센터로 돌아오면 카드게임을 즐길 수 있다. 카드에는 화성지역 독립운동가 사진과 이름이 적혀있다.

 

 

백낙열, 송성호, 송종혁, 양순서, 이경백, 이봉구, 장소진, 차인범…. 영상 속 낯설기만 했던 이름과 얼굴들을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게임은 간단하다. 네 사람이 카드를 5장씩 나눠 갖고, 한 쌍을 이룬 카드를 찾으면 해당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외치며 카드를 한 장씩 버리는 방식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31㎞의 화성 3·1운동만세길을 모두 걷기에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다면, 한 시간의 도슨트 해설프로그램을 체험한 후 15개의 유허지별로 마련된 스탬프투어에 나서는 것을 추천한다. 유허지에 세워진 푯말에는 QR코드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볼 수도 있다.

 

 

도슨트 해설프로그램은 3월부터 매일 2회(1회 신청 시 2명 이상) 단체 방문객을 대상으로 사전 예약을 받아 운영될 계획이다. 누구나 신청 가능하고, 별도의 비용은 없다. 접수는 화성 3·1운동만세길 누리집에서 하면 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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