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어느 날부터 뜬금없이 성형수술 해달라고 졸라대면 부모님들로서는 당혹스럽고 화도 나실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외모에 신경 쓸 시간에 공부나 열심히 하렴” 또는 “너는 아직 성장이 끝나지 않아서 성형수술 하면 큰일 나”라고 대응하기 쉽다.
그런데 자녀의 성형에 대한 욕구를 무작정 억누르거나 무시하기보다는 자녀가 왜 그런 요구를 하게 되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며 성형수술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요인들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경험했던 사례를 예로 들어 보면, 중학생인 딸아이가 아침마다 눈 화장을 하느라고 1시간 이상씩 허비해서 하루가 멀다고 학교에 지각한다는 어머니의 하소연이다. 옆에 앉아 있던 딸은 자기 눈이 못생겨서 그것을 감추느라 어쩔 수 없이 그런다고 짜증을 내며 성형수술을 강력히 희망했지만, 어머니는 아이의 눈이 특별히 못생기지 않았고 나이조차 어린데 무슨 성형수술이냐고 딸의 태도를 납득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성형외과 의사로서 가장 먼저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히 아이의 눈 모양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눈 모양에 개선이 필요한 문제점이 실제로 있느냐 하는 것인데, 여기에서 문제점이란 우리가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눈 모양과의 차이가 아니라, 또래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는 눈 모양과의 차이를 지적하는 좀 더 보수적 접근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아이의 경우 꽤 차이가 있었다. 물론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는 속담처럼 부모님들은 아이의 외모에 대해 달리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습지만 실제로 이런 현상이 자녀와의 갈등의 봉합을 어렵게 하는 근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사항은 눈 모양 때문에 아이가 심리적 또는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눈이 못생겼더라도 아이가 심리적으로 충분히 극복하고 있다면 성형수술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인도에서라도 살지 않는 이상 이런 적극적 태도가 아무에게나 가능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대부분은 주위의 또래들이 눈 모양에 대해 살짝 놀리기라도 한다 치면 그 심리적 파장이 무척 커서 친구들 놀림을 무시하고 살라는 어른들의 충고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또래들의 놀림 유무를 떠나서 사례로 든 이 아이의 경우 자기 외모에 대한 인식이 어떤 상태인지는 이미 현실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부모는 자녀의 학업을 최우선으로 하겠지만, 아이는 학교에 늦는 한이 있어도 매일 아침 눈 화장을 공들여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과이니까.
즉, 자기 외모에 따른 부정적 관념이 학업이라는 아이의 사회적 행동에까지 지배하고 있다. 이런 자녀들을 대상으로 공부만 하라거나 클 때까지 참으라는 설득이 얼마만큼 효과적일까?
의사로서 고민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아이가 힘들어하는 외모상의 문제점이 충분히 교정이 가능한지 여부이다. 아무리 힘겨워하더라도 수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 심리나 행동 치료와 같은 다른 접근 방식도 고려해야겠다. 그뿐만 아니라, 수술 이후 혹시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상태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부작용의 종류나 발생 가능성에 대해 당사자인 아이가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도 교정을 절실히 원하는지 아이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 모두가 자기 외모에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비단 성인들뿐만 아니라 성장기의 청소년들 또한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성인들보다 심할 수도 있다. 10대에 접어들면서 신체상(Body Image)에 대해 눈을 뜨게 되고 자아 정체성이나 자존감 또한 발달하면서 외모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청소년 자녀들이 성형수술을 희망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차이라면, 미국 같은 경우 코 성형을 원하는 미성년자들이 가장 흔하지만 우리나라는 눈 성형에 대한 욕구가 압도적이다. 과거 일부 지역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미용성형을 법적으로 일절 금지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모의 동의가 있다면 성형외과 의사의 판단을 존중하는 분위기이다. 물론 담당 의사의 합당한 지식과 양식을 전제로 한 것이다.
미성년 자녀가 객관적으로 별문제가 없음에도 단지 미적 추종을 위해 성형을 희망한다거나, 가슴 성형처럼 신체적 발육과 밀접히 관련 있는 부위의 성형을 원한다면 적극 말리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고서 적지 않은 외모상의 문제점이 존재하고, 그로 인한 심리, 사회적 영향이 크며, 또한 수술적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면, 성장 과정의 자녀들이라도 성형수술은 해결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