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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챗GPT에게 ‘기부’를 물어보니

 

2007년 애플 폰이 세상에 막 나왔을 때만 해도 얼마나 많은 산업이 사라져 버릴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스마트폰은 전자수첩, 비디오 대여점, 전자 게임기, MP3, 디지털 카메라 등 많은 일상을 흡수해버렸다. 지금도 서랍에는 소중한 추억을 촬영한 6미리 테이프 캠코더가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한번 기술태풍의 여파를  경험해봤기에 인공지능 챗GPT에 열광하면서도 한편 두려움이 생긴다. 


지난해 12월 한 일간지에서 챗GPT를 다룬 적이 있었다. 기자가 인간의 약점에 대해서 물었고, 챗GPT는“인간은 질병과 죽음, 그리고 도덕·신념 때문에 자기 이익을 희생하는 것이 약점”이라고 답했다. 옳거니! 내심 이 기사를 보고 역시 인공지능이라 인간의 숭고한 자기희생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부는 대표적으로 인간이 타인을 위해 시간과 재산을 나누는, 자기 이익을 희생하는 이타적인 행동이다. 인공지능은 기부에 대해 분명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2023년 4월초“도덕·신념 때문에 자기 이익을 희생하는 것이 인간의 약점”이냐고 다시 물었다.‘이 인간미라고는 털끝만도 없는 인공지능아, 다시 한 번 그 멍청한 대답을 해보시지’라며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4개월 사이에 챗GPT는 사람들의 질문을 학습해가며 자가 발전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전 답변으로 인해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나는 당신이 언급한 진술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AI 언어 모델로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개인적인 신념이나 의견을 형성할 수는 없습니다. 인간은 공감, 이타주의, 사회적 규범, 개인적 가치 등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수 있습니다.(이하 생략)”


당황스럽게도 예상을 빗나간 대답이 나왔다. 심지어 인간이 자존심 때문에 안하는 사과도 한다. 한술 더 떠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발뺌까지 한다. 그 짧은 시간에 이성적 지능을 넘어 감성적 지능으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니 새삼 더 두려워진다. 그 다음 질문으로 기부는 돈이나 시간을 타인을 위해 주는 것이니 손해가 아닌가 하는 질문을 했다.   


“아니요, 자신의 돈을 지역 사회나 다른 사람에게 기부하는 것은 손해가 아닙니다.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돈을 기부하는 것은 사회에 환원하고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기부하면 자신이 다른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놀랍다. 내가 칼럼을 쓰거나 강의할 때 주로 사용하는 논지인데, 인공지능이 학습하고 이렇게 답을 한다. 더 이상 기부의 필요성이나 사회적 의미에 대해 글을 쓸 필요는 없어진 것 같다. 모금과 배분도 인공지능이 알아서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인간이 할 일은 무엇이 남아 있을까? 인공지능의 빈틈없고 문제점 없는 답변 사이에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닐까? 


허점 많은 인간에게 허점만이 장점으로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실수를 한다. 실수하기 때문에 인간이고 그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것이 인간이다. 잘못에 대해서는 인간답게 사과하고 고마운 일에는 진심을 담아 고마워할 줄 알아야 인간이 아니겠는가? 감사하는 마음의 표현은 아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진정성을 담은 눈빛으로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고, 삐뚤빼뚤해도 손 글씨로 기부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는 정성은 아직 인간만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는 마음의 토양에서는 절대 오만의 싹이 자랄 수 없다. 오만한 인공지능의 콧대에 이렇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진정성으로 대항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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