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을 해촉했다. 최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당내 인사들의 설화(舌禍)가 불거지자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대위원장 당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됐던 홍 시장은 불쾌감 감추지 않고 현 지도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겠다며 맞서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으로나 지자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이 안 계신 게 관례였다. 그에 맞춰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회의에서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그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며 최근 전 목사를 비판한 홍 시장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 정치인이 어떤 특정 목회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건 궤변”이라며 “앞으로 이런 터무니없는 언행으로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준석 전 대표는 홍 시장의 상임고문직 해촉 소식에 “처음 들어본다”며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원회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해촉까지 나온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공지를 통해 “당대표는 당헌에 근거해 임명과 면직을 할 수 있다. 상임고문 위촉은 최고위원회 의결사항이 아닌 협의사항”이라며 당대표 고유 권한임을 강조했다.
유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홍 시장 면직은) 현직 대구시장으로서 시정에 집중하라는 좋은 취지가 들어 있다고 보면 되겠다”고 부연했다.
홍 시장은 해촉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엉뚱한데 화풀이한다”며 “입당 30여 년 만에 상임고문 면직은 처음 들어본다. 내참 어이없는 당이 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김 대표를 향해 “강단 있게 당대표 하라고 했더니만, 내가 제일 만만했는지 나한테만 강단 있게 한다”며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시라”고 비꼬았다.
이어 오후에는 “나는 정무직 공무원으로서 한 달에 책임당원비를 50만 원씩 내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정국 전반에 대해 더 왕성하게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