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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모두의 과제 소아청소년과, 구급현장 공백 막아야…

 

 

작년 겨울 유난히 추운 주말 야간근무 날이었다. 아이가 고열이 나면서, 경련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현장에 출동했다.

 

일반 출동의 경우 대개 구급대원들은 출동하면서 환자의 과거력을 파악하며 가상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려본다. 그러나 소아 출동의 경우 인근 소아청소년과 진료 가능한 응급실 병상을 확인하는 과정이 더해진다. 이전에는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 응급실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대기하는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그날도 경련 중인 아이를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느라 한참이 걸렸다. 주변 응급실에 문의했는데 10분 거리에 있는 응급실들은 소아청소년 전문의가 없어 진료가 안 된다고 답했다. 인근에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전화해보니 진료는 가능하지만 2~3시간 대기해야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돌아오는 답변은 대다수 비슷하다. ‘진료는 가능하나, 기본 2시간은 대기를 해야 한다.’ 또는 ‘응급처치는 가능하나 전원 필요시 보호자가 직접 병원을 알아봐야 한다.’ 결국 보호자에게 상황설명 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장 가까운 병원이 아닌 즉시 진료할 수 있는 수원 소재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했다. 다행히 이송 중 아이는 경련이 멈췄지만, 경련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다면 현장에서부터 병원 도착까지 걸린 1시간 동안 뇌에 적정량의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 노출되어, 골든타임이라는 단어는 무색해졌을 것이다.

 

구급대원의 현장 활동의 기준이 되는 「119구급대원 현장 응급처치 표준지침」에 따르면 경증 응급환자의 경우 가장 가까운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함을 원칙으로 한다. 구급대원 입장에서 관내에 응급실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되는 경우는 축복이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응급실에 소아청소년과 당직의가 있는 날짜와 시간대가 정해져 진료가 안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아 환자의 응급실 의료공백은 다른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에도 영향을 준다. 인근 권역이나 타 시·도를 넘어서 소아청소년과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나서다 보니 소아 출동의 경우 출동 시각부터 귀소 시각까지 평균 1~2시간 이상 걸린다. 그동안 관내의 구급차 운영에는 공백이 생긴다. 응급환자의 경우 타 관내에 있는 구급차가 출동하게 되는데 그만큼 출동 지연이 발생 되어 다른 응급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2023년 2월 소아 의료공백을 없애기 위한 내용의 소아 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2023년 3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며 폐과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부 대책이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구급대원 입장에선 소아청소년과 폐과가 비단 진료 공백 문제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응급 의료체계의 최일선이라 할 수 있는 구급 현장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구급 현장 활동에서 느끼는 소아 진료 차질의 근본 원인은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이다. 단순히 제도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해 나가는 등 정부와 의료계는 응급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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