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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막말에 취한 대한민국 정치권

  • 신율
  • 등록 2023.07.12 06:00:00
  • 13면

 

"마약에 도취돼 오로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면서 국민의 참사마저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한 말이다. 이 언급으로 김 대표는 국회 윤리위에 제소당했다. 민주당의 말들도 만만치 않다. “X를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를 두고 ‘돌팔이 과학자’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석학이,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에 의해 한순간에 돌팔이가 된 것이다. 정치권은 지금 누가 막말을 잘하나를 두고 경쟁에 돌입한 듯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다. 정치권이 막말 경쟁에 돌입하면, 무당층의 수는 늘어나게 마련이고, 이렇게 되면 무당층의 지지를 받기는 더욱 어려워지는데, 이런 것을 모를 리 없는 정치권은 도대체 왜 이런 막말 경쟁에 돌입했을까 하는 점이 그것이다. 무당층이 늘어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여론조사가 있다. 지난 7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7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 응답률은 13.8%, 표본오차는 95% 신회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안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무당층이 30%에 달했다.

 

지난 6개월간 한국갤럽 정례 조사에서의 무당층 평균 비율은 27.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0%를 돌파했음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쉽게 알 수 있게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막말 경쟁”을 그만둘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양당 지지율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이 33%, 더불어민주당이 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일단 두 정당 모두 지지율이 높은 편이 아니다. 또한, 두 정당 간의 지지율 격차도 거의 없다. 이런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어떤 정당도 승리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도층의 지지 확보보다는, 자신들을 “격하게”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표를 확실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고 각 정당은 생각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자극적인” 표현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하지만 강한 자극은 더 강해지지 않으면 수단으로써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막말은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겠지만, 이런 막말에 익숙해진 강성 지지층은 더 강한 막말을 원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막말의 강도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정치적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그것이다.

 

정치적 상대방을 증오하게 되면, 정치는 사라진다. 정치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가능해지는 존재인데, 상대를 증오한다는 것은, 상대를 타도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미 실종됐다. 이제는 국민이 나서 실종된 정치를 찾아야 한다. 슬픈 현실이지만, 그것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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