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교사의 안타까움 죽음에 대한 애도의 분위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유명 웹툰 작가 부부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건이 알려져 다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웹툰 작품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던 아이에 대한 주위의 시선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폐증 아이 교육이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자폐증이 있는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던 교사에 대해서는 몰래 녹음된 대화를 증거로 경찰에 고소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여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2021년 화성시에서는 어린이집 원장이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동학대를 했다는 글이 맘카페에 올라왔고 5천건이 넘는 비난댓글이 달리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아동을 학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탄원도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기도에서 발생한 두 사건의 공통점은 ‘아동학대’와 ‘교권추락’이다. 전반적인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다양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아동학대’와 관련된 법적·제도적 문제들은 당장 관심을 가지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더 이상의 불필요한 갈등과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면책규정과 아동학대 판정을 위한 심사 위원회 제도의 도입을 건의한다.
지금 아동학대의 범위는 ‘아동의 복지와 잠정적 발달을 위협하는 행동’으로 지나치게 넓게 규정되어 있다. 2021년 경기도 내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13,578건인데 이중 75%가 넘는 10,207건이 아동학대로 판정되었다. 이들 사건 중 검찰이 기소하는 비율은 1.6%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일단 아동학대로 판정되면 교사는 담임배제·직위해제·정직 등 심각한 불이익을 입게 된다.
아동학대처벌법이 시행된 2014년부터 지금까지만 9,910명의 아동학대 가해 교사들이 보건복지부 전산시스템에 등록·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학생들이 무슨 짓을 해도 교사는 학생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적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규정의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동 학대 판정과정에서 교육당국이 배제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다. 사안 발생시 교육당국·경찰·시민 단체 등이 참여하는 아동학대 심사위원회(가칭)을 구성해 폭넓은 의견과 다양한 시각으로 아동학대 여부를 신중하게 판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공정하면서도 유연한 초기 경찰 대응이 긴요하다.
어린이집 원장들은 경찰관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아동학대에 대한 처리가 천양지차를 보인다고 한다. 지난 5월 용인의 한 학부모가 경찰서에 ‘아이에게 녹음기를 딸려보내 교사와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도 되는가’ 하는 문의에 경찰관이 ‘영유아의 보호를 위해서라면 가능하다. 다만 제 3자의 대화가 녹음되어 있으며 증거채택은 곤란할 것’이라고 답변한 내용이 맘카페에 퍼지면서 큰 파장이 있었다고 한다. 또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이 검찰에서는 불기소로 끝나거나 법원에서 무죄가 된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반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CCTV 등 증거를 보고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을 주선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무리 없이 종결시킨 경우도 많다고 한다. 공정하고도 유연한 법집행을 위한 부단한 교육과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
셋째 아동학대 증거수집을 위한 동의 없는 녹음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원칙적으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거의 예외 없이 처벌하거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에서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례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등교를 거부하거나 하는 이상 반응을 보인다면 일단 교사와 상담부터 할 일이지 몰래 녹음할 일은 아니다. 일부 학부모들의 이러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전체 교육 현장에 영향을 미쳐 결국은 그 피해가 전체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서로 의심하는 가운데 사랑이 넘치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기 때문이다. 위법성논란·증거능력 여부는 차치하고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등교시킨다면 얼마나 살벌한 풍경인가.
교권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교육백년지대계는 공염불이 될 것이 자명하다. 교사 사회가 건강해야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 선생님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재발 방지대책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