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쿠팡마니아다. 무 반쪽을 저녁에 주문해 새벽에 받기도 하고 창틀 방충망도 신속히 배송받아 창에 끼워 넣는다. 딸은 배민에서 떡볶이를 시키면서도 배달이 빠르면서 배송비가 가장 싼 곳을 선택한다. 나도 최근 중소기업 제품으로 대형 TV를 교체했는데, 배송비가 저렴한 기업을 선택했다. 바야흐로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준이 배송 속도와 물류비용으로 바뀌었다.

정책자금, 연구개발 등 우리나라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비교적 잘 돼 있다. 그러나 물류지원은 그 중요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체계가 없어 보인다. 

국토부는 주로 스마트 물류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두어 정책을 추진하고, 대기업의 스마트 물류센터에 인증을 부여하고 첨단화 비용을 지원한다. 코트라는 해외 공동물류센터 사업을 통해 해외 현지에 독자적인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현지 물류사의 창고를 공동으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중기부나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는 항공‧해상운송, 보험료 등을 지원하는 물류전용 수출바우처를 지급하거나 소상공인 공동물류센터를 지원해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상기의 중소기업 물류지원이 독립된 사업이 아니거나 지원내용도 인프라 지원이나 운송수단 활용비 지원 등 단편적이다. 고속도로나 국도처럼 지역과 지방이 시원스럽게 연결되지 않고 막다른 골목길들이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로마가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포인트가 ‘로마가도’에 있음을 안다. 이를 통해 기마병이 신속하게 속주국에 달려가 응징도 하고 달래기도 한다. 

이처럼 촘촘한 중소기업 정책지원이 원활히 흘러가기 위해서는 이를 연결하는 효과적인 물류 시스템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중소기업이 로마가도와 같은 물류 시스템을 구축‧활용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먼저, 최고의 스마트 물류시설을 갖춘 대기업‧중견기업 등과의 상생을 통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최근 삼성SDS가 ‘중기전용 물류센터’ 운용사로 선정돼 25년까지 인천공항 인근에 완공되면 항공물류를 일괄 지원하게 된다. 물류비용을 줄여준다면 중소기업의 수출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 등의 첨단 물류시설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만큼의 비용을 상쇄할 수 있다.

다음으로 4차산업에 어울리는 첨단화된 물류 시스템에 대한 지원이다. 

컨테이너 반출입 일자, 선박 접안 일자, 운임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물류정보 플랫폼 등은 수출 중소기업에게 정확성을 높여 물류비용을 줄여 준다. 차세대 물류 서비스인 로봇이나 드론 등에 대한 기술개발 지원은 물류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도와줄 것이다. 

이런 기술개발은 단순히 물류뿐만 아니라 국방 등 국가의 첨단산업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에도 제품 및 공정개선분야 등에 국한하지 말고 첨단 물류 시스템 개발분야도 포함되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바다와 하늘을 통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최근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나 반도체 등 전기‧전자분야의 운송량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를 운송하는 해상 및 항공 물류기업들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 이에 맞는 운송수단 개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첨단부품 등을 해외에 운반하기 위해 관련국에서 필요로 하는 물류 및 운송 인증 취득, 탄소 규제, ESG 경영에도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국가 경제를 늦추는 것은 물류를 끊는 것이다. 

우리도 일상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위기 상황에 대비한 단계별 물류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어느 미래에 물류대란으로 중소기업이 제때 배송을 못해 어려움을 겪고 그 비용 때문에 국가 경제에 큰 손해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류의 핵심은 속도와 정확성이다. 비용도 여기에서 발생한다. 최근 우리나라 무기가 잘 팔리는 이유가 정확하고 신속한 배송이 주요인이었다고 하니 새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기업이나 국가 간의 성장에 물류가 경쟁력의 중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