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교육기획] “단 한명의 아이라도 도울 것” 신지현 교문초 교육복지사

2009년 교육복지사로서의 첫 발…11년 째
최저 예산·최대 효율, ‘사제동행 멘토링’
힘들었지만 보람 가득했던 ‘아침머꼬’
"시간 지나도 아이들이 도움 청하는 어른 될 것"

 

어려운 학생들의 옆에 서서 깜깜한 길을 비춰주며 함께 걷는 사람이 있다. 바로 교문초등학교의 11년차 신지현 교육복지사다. 

 

신지현 교육복지사는 2009년 경기도교육청 교육복지사 1기로 시작해 구리초등학교, 토평중학교를 거쳐 현재 교문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교육복지사의 주 업무는 지자체에서 지정한 기초수급자, 한부모 가정 등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필요한 복지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또한 심리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상담 등을 지원하며, 학부모-학생-교사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어 다양한 지역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자원을 학생과 학교로 연결하고 있다. 아울러 사서교사·상담교사와 함께 트리 모양 게시판을 만들어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 즉석사진관 운영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 교육복지사로서의 첫 발

2009년 교육복지 사업이 첫 시범사업이었던 터라 신지현 복지사는 학교 내의 새로운 역할 ‘교육복지사’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막막했다고 한다.

 

하지만 참된 교육인과 복지인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침밥 제공, 수업·진로 프로그램 제공 등 다양한 복지를 펼쳤다.

 

열악한 가정형편에 아침밥을 거르고 오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 앞 분식집을 섭외, 신지현 복지사는 출근길마다 분식집에 들려 아이들이 식사를 잘 하는지 살폈다.

 

또한 토요휴업일에 ‘토요수업 틈새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말에도 맞벌이 가정 등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을 학교에 불러 진로탐색 기회를 제공했다.

 

토요수업 틈새학교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특기를 개발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독서교실, 제과제빵, 탁구, 예쁜 글씨쓰기, 마술, 키즈 플로리스트, 퀼트 등 총 7개 강좌를 구성해 운영했다.

 

아울러 초등학생 때는 기초학습을 닦아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경제적으로 어려워 학원을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국어·영어·수학 과목 강사들을 섭외, 복지실을 학원처럼 운영하기도 했다.

 

첫 출근 당시 학교 내에 교육복지라는 사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현재는 이러한 노력으로 학교 관계자들은 교육복지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신지현 복지사는 “교육복지사라는 직업은 학교에서 애매한 자리다”며 “전문가로 들어왔지만 공무원도, 교사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내가 내 자리를 찾아가지 못하면 나도 복지실도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외딴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끊임없이 내 존재감을 드러냈다”며 “현재는 모든 분들이 사업을 적극 지원해주신다”고 말했다.

 

 

◆ 최저 예산·최대 효율, ‘사제동행 멘토링’

신지현 복지사는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복지사업으로 ‘사제동행 멘토링’을 꼽았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큰 존재는 담임교사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는 절대적이고 가장 영향력 있는 어른이라고 할 수 있다. 담임교사와 함께 했던 활동은 아이들에게 때로 최고의 선물,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는다.

 

신지현 복지사는 사제동행에 참여하는 교사들을 불편함 없이 최대한 지원하고 교사들에게 왜 이 사업이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해왔다. 이에 현재 교문초에서는 한 학급도 빠짐없이 모든 담임교사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별실 교사까지 자발적으로 함께해주고 있다.

 

실제 매일 학교 오면 울고, 교실에 들어가기 힘들어했던 한 아이는 담임교사와 사제동행 멘토링을 했던 한 번의 시간으로 더 이상 울지 않고 즐겁게 등교했다.

 

신지현 복지사는 “담임교사와 친구들과 함께 학교 근처 카페에 가서 맛있는 음료를 먹고 즐겁게 이야기 나눈 소소한 경험뿐이었지만 이 경험으로 그 아이에게 더 이상 학교가, 교실이 두렵고 무서운 곳이 아님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이어 “자칫 놓칠 수 있는 아이들까지 그물망처럼 함께 살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런 노력이 모여서 아이들을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고 전했다.

 

 

◆ 힘들었지만 보람 가득했던 ‘아침머꼬’

신지현 복지사가 2020년 교문초에 처음 왔을 당시 코로나로 인해 모든 수업이 다 화상으로 진행돼 아이들을 만날 수 없어 파악이 불가능했다.

 

이에 월드비전 아침밥 제공 사업인 ‘아침머꼬’도 감염 위험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대체식으로 제공되었는데, 음식이 무겁다보니 아이들이 가져가기 어려워 보호자들을 자주 만나게 되었다.

 

또한 보호자가 바빠 못 오는 경우 신 복지사가 직접 가져다주며 가정방문까지 이뤄져 아이들의 상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 종식으로 다시 아침머꼬를 정상 운영할 수 있게 돼 신 복지사는 매일 아이들의 아침을 챙겨주고 있다.

 

대체인력 없이 혼자 운영하는 것이 부담이지만 신 복지사는 “엄마의 마음으로 아침에 와서 든든하게 한 끼를 먹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 없다”며 “아침에 만나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학교행사 중 무엇이 재밌었는지 얘기하다 보면 ‘밥 정’이 든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언제나 도움 청하는 어른으로 남을 것”

신지현 복지사는 “교육복지 대상 학생들은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며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해결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힘이 든다”고 했다.

 

이어 “시간이 갈수록 심리정서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늘어나고 있고 수많은 인력과 예산이 다방면으로 투입되고 있지만 학교 현장은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10년 넘게 아이들을 만나면서 모든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걸 믿게 됐다”며 “2009년부터 나로 인해 단 한 명의 아이라도 행복하게 등교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단 한명의 아이라도 내 도움으로 등교가 행복하다면 어떤 힘든 일도 할 수 있다”며 “남은 시간도 아이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어른으로 남고 싶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경기도교육청 협찬으로 기획함.

 

[ 경기신문 = 이보현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