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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회색코뿔소’ 막기 위한 든든한 울타리가 필요

경기복지재단 민효상 연구위원(사회정책팀장)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인구위기를 가리켜, 누구나 다 알지만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회색 코뿔소’에 빗댄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회색 코뿔소를 막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인지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경기도의 저출생 극복을 위한 노력을 예산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예산이란 한 해 동안 지방정부에서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산을 살펴보면 그 지역의 중점사업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수월하다. 경기도 예산서를 기준으로 저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산항목은 복지분야(예산코드 080)의 보육·가족 및 여성(084)부문이 해당된다. 

 

그런데 보육, 가족, 여성이 하나의 코드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 예산이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얼마만큼 사용한 것인지는 분석을 하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행히 경기복지재단에서는 지난 3년간 경기도 본청 및 31개 시군별로 복지재정을 대상자, 지원수단, 재원별 등으로 구분해 분석한 ‘경기도 시군별 복지재정 현황 및 특성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니 이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2020년 코로나19 이후 보육·가족 및 여성(084)부문의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경기도 본청과 31개 시군의 총 예산은 10조 4000억 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복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에 비해 1.11%p 하락했다. 이는 전체적인 복지예산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육·여성 및 가족 부문의 예산은 그만큼 증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대상자별로 살펴봐야 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보육·가족 및 여성 부문을 대상자별로 아동·보육과 여성·가족복지의 두 세부부문으로 구분해보자. 예산을 기준으로 아동·보육은 보육·가족 및 여성 부문 예산의 95.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가족복지와 관련한 예산은 4.84%에 불과하며 경기도 본청과 31개 시군의 총 예산을 합쳐도 5000억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보육·가족 및 여성 부문의 예산이 아동수당, 보육료지원 등 만7세까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 한명을 키우는데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아이를 낳고자 하는 부모(가족)는 지원대상에서 누락되는 것이 맞는가. 그리고 실질적으로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9세(초등학교 고학년)이후에는 (중앙 또는 지방)정부의 지원이 급격히 감소해 거의 없다. 물론 복지분야 예산에는 청소년 예산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노인·청소년이 함께 묶여있는 085코드의 예산 중 청소년이 차지하는 예산 또한 4800억 원 수준으로 여성·가족복지 예산보다 적다. 물론 교육청 예산이 별도로 있으나, 이는 운영예산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제외하고 생각해보자.

 

결론적으로 경기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은 만 7세까지 아동을 위한 정책이다. 기반이 튼튼해야 뿌리가 내리기 쉽고, 나무가 잘 자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理致)다. 출산을 위한 여성, 아이를 키우기 위한 가족에 대한 지원이 없는 실정에서 단순히 8년 동안 아이를 지원한다고 저출생의 문제가 해결될까.

 

2023년 경기도 저출생 대응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시흥시는 ‘온마을 돌봄으로 아이와 부모가 안심하는 THE 아이 꼼꼼’이라는 주제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는 초등돌봄의 강화와 일가정 양립지원, 다문화 지원 등 타 시군과 달리 아동수당이 끝난 아동들에 대한 돌봄의 강화를 시행해 좋은 결과를 보였다. 문제가 발생한 지점(대상자)만을 처치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저출생의 극복은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향후 지방정부의 존립과 관련한 문제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중앙정부에서 하지 않는 지방정부만의 특색 있는 정책발굴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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