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치도 안 하면서 조례는 왜 만든 건지 모르겠어요.”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찾은 인천시청 민원실. 겨울방학을 맞아 여권을 만들고자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무인민원발급기로 서류를 떼거나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한 발걸음도 계속 이어졌다.
많은 시민이 방문하는 만큼 안전을 위한 자동심장충격기(AED)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눈에 잘 띄는 입구에 설치한 덕분이다.
반면 구석구석 살펴봐도 ‘화재방연마스크’는 보이질 않았다.
본청도 마찬가지다. 1층에는 카페가 있고 각종 전시와 행사를 진행하지만, 자동심장충격기만 입구 인근에 비치됐을 뿐이다. 화재방연마스크의 행방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남동구에 사는 A(26)씨는 “무인민원발급기를 이용할 때 시청을 방문한다”며 “화재방연마스크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 인천의 대표 공공기관인 만큼 안전에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연마스크는 필터를 통해 화재로 인한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와 연기를 거를 수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화재 발생 시 연기·유독가스 흡입 및 화상에 의한 전체 사상자는 약 82%에 달해, 사상원인 1위로 나타났다.
특히 재난에 취약한 노인·청소년·영유아 등의 경우, 화재 시 연기를 흡입해 대피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을 잃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0년 인천시는 화재 사고에서의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기관 및 의료기관 등에 화재대피용 방연마스크를 비치하도록 장려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인천시 화재대피용 방연마스크 비치에 관한 조례’ 제3조에 따르면 인천시장은 인천시에서 소유하고 있는 시청 청사, 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 등에 화재대피용 방연마스크를 비치할 수 있다.
이 시설 중 첫 번째로 꼽힌 게 인천시 청사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방연마스크는 감감무소식이다.
시는 조례가 제정된 다음 해부터 사회복지회관, 노인종합문화회관, 아동보호전문기관, 시립노인치매요양병원 등에 방연마스크를 지원해 왔다.
결국 시청 청사만 빼놓은 셈이다.
시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나면 각 소관 부서별로 수요조사를 진행한다”며 “예산에 맞게 마스크를 구입해 비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