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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연기한 정일우 “연기 넘어 여자가 보인다” 칭찬, 가장 기억에 남아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몰리나 역 출연, 희생하는 모성애 같은 사랑 표현
3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배우 정일우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2019년 연극 ‘엘리펀트 송’에 이은 5년 만의 연극 도전이다.

 

20일 서울 한 카페에서 만난 정일우는 “연극은 어떤 장르보다 굉장히 힘든 장르지만 배우라면 연극을 꼭 하면서 연기나 구도를 다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몰리나가 다른 매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만큼 정일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탈피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마누엘 푸익(1932~1990)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정치사상범 발렌틴과 자신을 여자라고 생각하는 동성애자 몰리나가 감옥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는 이야기다.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인물이 만나 만들어내는 인류애를 그린다. 정일우는 연극에서 몰리나 역으로 출연중이다.

 

정일우는 “연기를 시작하면서 감사하게도 연극 세 작품이 들어왔는데, 친한 배우중에 정문성 배우 형이 ‘‘거미여인의 키스’가 인생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오는 작품이라고 꼭 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고 형의 얘기를 믿고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이어 “실제 연극을 준비한 시간은 한 달 정도로, 거의 매일 밤새 준비를 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그 어떤 작품보다 더 치열하게 준비했고 이전 시즌에 참여했던 박정복 배우께 도움을 많이 받아 몰리나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까 고심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몰리나는 극중 발렌틴을 살뜰히 보살피고 연민하는 캐릭터다. 정치, 사상, 이념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발렌틴을 만나고 반정부 조직을 돕게 된다.

 

정일우는 “몰리나는 자기가 여자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친구이기 때문에 굉장히 유약하면서도 언젠가 깨질 유리 같은 캐릭터로 설정했고, 굉장히 섬세하면서도 발렌틴에 대한 사랑이 평범한 사랑이 아닌 다른 차원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다”며 “헌신과 희생같은 모성애에 가까운 사랑을 하는 캐릭터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몰리나를 표현하기 위해 영화 ‘데니쉬 걸’의 에디 레드메인과 장국영 배우가 연기했던 ‘패왕별희’를 참고했다. 부드럽고 섬세한 면이 많은 캐릭터들을 공부하며 몰리나가 가진 어쩔 수 없는 쓸쓸하고 애절한 사랑을 표현했다. 걸음걸이나 제스처 등 디테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체내화시켰다.

 

이 때문에 연기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도 ‘어느 순간부터 무대 위에 장르가 전혀 안 보이고 몰리나라는 여자가 보인다’라는 말이다. 연기 평가에 박한 어머니가 연극을 보고 난 후 ‘배우 정일우가 아니라 예쁜 여인 한 명이 보였다’고 한 말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정일우는 “사실 공연을 잘 끝내고 나면 뭔가 개운한 게 있어야 되는데 ‘거미여인의 키스’는 전혀 그런 것이 없다”며 “캐릭터가 갖고 있는 아픔과 결말 부분의 먹먹함이 공연 끝나고도 계속돼 공연 후 1시간은 말수도 없어지고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이어 “실수를 했을 땐 ‘멘붕’이 온다”며 “‘제발 나 살려줘’라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믿고 가고 제가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끌고 가는 캐릭터다 보니까 살짝 실수를 하더라도 그 다음 이야기로 전환이 되면 괜찮아 진다”고 심정을 밝혔다.

 

연극 막바지에 다다른 그는 리프레시 할 시간을 갖고 다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따뜻한 나라에 가서 걷고 쉬고 하며 재충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일우 배우는 마지막으로 “주어진 캐릭터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40대가 되면 좀 더 성장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배우는 정말 치열하게 한 순간 한 순간 내 작품에 모든 걸 쏟아붓지 않으면 안되는데 그것까지 안하면 배우로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이 됐든 간에 최선을 다해 그런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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