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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적인 일상] 인생도 포맷이 될까요?

 

최근 필자는 컴퓨터를 구매했다. 몇 년을 썼는지 기억조차 안 나는 컴퓨터가 점점 말썽을 부렸기 때문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컴퓨터 속 부품을 일부 교체했다. 메인보드, CPU, 메모리를 구매했고 원래 쓰던 파워, 그래픽카드, 하드 디스크는 그대로 두었다. 컴퓨터의 구성요소를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컴퓨터를 교체하면, 반드시 해주어야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이 바로 ‘포맷’이다. 

 

포맷을 -정확하진 않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컴퓨터를 깨끗이 비워내는 행위이다. 포맷을 하고나서 운영체제를 다시 깔아주어야 우리가 아는 컴퓨터가 된다. 포맷을 하고 나면 데이터가 모두 삭제가 된다. 따라서 중요한 서류, 사진, 동영상 등의 파일들은 반드시 데이터 백업(외장하드 등의 다른 저장 장치에 자료를 복사하여 보관하는 행위)을 해두어야 한다.

 

돈을 주고 새 컴퓨터를 사는 건 쉽지만 백업을 하는 것은 비교적 어렵다. 왜냐하면 오랜 시간동안 축적된 수많은 파일을 취사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속 사진첩을 정리하는 일도 비슷하다. 휴대전화의 저장 용량이 커짐에 따라 생각 없이 찍은 사진이 순식간에 수백 장, 수천 장이 된다. 정리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런 사람의 본성을 잘 아는 휴대전화 회사는 매달 돈을 내면 자동으로 온라인 클라우드에 사진을 저장해준다. 정리하지 말고 계속 저장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내 사진은 수만 장이 되어 다시는 정리할 수 없게 되고, 매달 돈을 내게 된다. 참 똑똑한 양반들이다.

 

이렇게 컴퓨터를 교체하면서 삶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장 정리를 하면서 늘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 바보같지만, 매번 ‘이번엔 정리해야지, 안 입는 옷은 다 버려야지’ 하며 옷장을 뒤집었다가 결국 위치만 바꾸어 잘 보관하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이 옷장을 ‘포맷’ 해버리고 싶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도움을 얻을까 싶어 인터넷에 옷장 정리를 검색하면, 나처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고민이 담긴 글이나 자신만의 옷장 정리 노하우 영상이 나온다. 오죽하면 ‘정리의 기술’ 이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정리의 달인’ 이라는 사람이 방송에 나오고, 돈을 내면 대신 집 정리를 해주는 대행업체까지 있을까.

 

결론적으로 컴퓨터든 사진첩이든 옷장이든, 정리하고 버리는 건 참 어렵다. 특별한 기술이 있는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적어도 본인은 그렇다. 결국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오늘만큼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정리를 해보자. 종류를 구분하여 조금씩 정리를 해보는 것이다. 한 번에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필자는 오늘 반바지를 정리했다. 8벌의 반바지 중에 3벌을 버렸다. 뿌듯하다. ‘포맷’과 같은 마법 같은 기능은 없지만 인생의 다른 부분도 천천히 정리하고 버려 나간다면 안 그래도 복잡한 세상을 좀 더 경쾌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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