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을 추진할 ‘컨트롤 타워’가 없다.
인천에 사는 이용현 씨(가명·22)는 장애 인정을 받지 못한 경계선 지능인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식당 아르바이트에 도전했다가 하루 만에 그만뒀다.
또래 여럿과 함께 일했는데, 혼자서만 실수를 반복했다. 대화도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는 취업을 포기했다. 장시간 일할 자신도 없고, 부족한 자신을 뽑아줄 거라는 기대도 없다.
이 씨는 “솔직히 무기력하다. 새삼 벽을 느꼈다. 다른 친구들은 계산대를 바로 사용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주문을 갑자기 바꿀 때도 당황스러웠다. 일하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어머니 A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A씨는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날 텐데 혼자 남게 될 아들이 걱정이다. 당연히 또래와 경쟁하면 질 수밖에 없는데, 경계선 지능인을 위한 울타리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구직 실패 등 사회참여에 어려움을 겪은 경계선 지능인은 자칫 고립·은둔 청년으로 빠질 수 있다.
생애주기와 사안별로 담당하는 부서와 기관이 각기 다르다. 연결고리를 이어줄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인천시는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통해 구체적인 구상을 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센터를 만들지 여부는 미정이다. 기존에 있는 유관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센터를 대신해 활용할지 등 결정된 바 없다”며 “만약 센터를 새롭게 만든다면 그만큼 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보다 앞서 이 문제를 고민한 서울시는 연구용역부터 센터 설립을 염두에 뒀다.
전국 최초로 ‘서울시 경계선지능인 평생교육 지원 조례’를 2020년 제정해 지원 근거를 만들었고, 2년 뒤 체계적‧종합적인 맞춤 지원이 가능한 밈센터도 문을 열었다.
밈센터는 서울에 살거나 서울 소재 직장 또는 학교에 다녀야 이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에 사는 경계선 지능인이 서울로 주소를 옮기기도 할 정도다.
지난해에는 바리스타, 디자인 아트, 스마트팜 쿠킹, 데이터 라벨링 등 다양한 직업역량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바리스타 프로그램은 두 차례 진행했는데, 각각 16명과 5명이 이수했다. 모두 자격증 취득까지 성공했다.
밈센터 관계자는 “수업 내용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도록 교육 횟수를 잘게 나눠줘야 한다”며 “바리스타 프로그램은 교육과 현장 실습을 각각 25회기 모두 50회기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은 빠르면 6회기, 최대 10회기 안에 자격증 취득까지 마무리 짓는다”고 설명했다.
이 수업을 통해 경계선 지능인들은 실제로 자신감을 회복했다.
사업에 참여한 B씨는 “실제 휘카페에서 실습·인턴십을 해보니 모두 새로웠다”며 “한편으로 긴장도 됐지만 나에게 첫 사회생활 공부가 돼 의미 있었다”고 밝혔다.
참여자 C씨도 “계획 없이 지내던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 최선을 다해 마치고 나니 좀 더 높은 목표를 잡고 실천해 봐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했다.
경계선 지능인이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은 셈이다.
올해 서울시로부터 22억 원 예산을 받은 밈센터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청년재단과 함께 ‘일 역량 강화 훈련 및 일 경험 지원 시범사업’을 마련했다.
경계선 지능인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민간기업과 연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1:1 진로컨설팅·일 역량강화 훈련·일 경험 등 3개 과정으로 구성됐다.
직장에서 일할 기회도 주어진다. 취업에 성공해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데, 천천히 업무를 배울 수 있는 발판이 생긴 셈이다.
인천의 경계선 지능인에게도 세밀한 손길이 필요하다.
경계선 지능인의 자립은 취업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살핌이 이뤄져야 한다.
특수학교 교사 D씨는 “취업을 해서 돈을 벌게 되면 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제·금융 교육이 필요하다”며 “경제관념이 약해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관리할 줄 알게 되면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