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8일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상설특검 추진을 공식화하고 나섰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전날 특검 추천 과정에서 여당을 배제하는 규칙 개정안을 제출한 데 이어 이날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상설특검의 수사요구안을 제출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압박했다.
김용민(남양주병)·김승원(수원갑, 경기도당위원장)·박주민 의원은 이날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 22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 등 세 가지를 수사 대상으로 적시한 (상설특검) 특별검사수사요구안을 의안과에 제출했다.
김용민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개별특검은 별도로 추진하고 상설특검은 병행하는 개념”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설특검과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특검의 가장 큰 차이는 기간과 조직”이라며 “상설특검은 수사기관이 60일이고 수사조직도 작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범으로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연관된 ‘삼부토건 주가 조작 의혹’과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만 상설특검 대상’으로 삼았고, 나머지 다른 의혹은 김 여사 특검법에서 다룰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설특검법은 별도의 특검법을 만드는 과정 없이 곧장 특검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지난 2014년 여야 합의로 제정됐다.
상설특검은 개별 특검법에 규정된 특검과 비교해 활동 기간이 짧고 규모도 작지만, 이미 제정된 법률을 따르는 만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박성준 의원 대표발의로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위법 사건을 수사할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대통령이 소속된 여당이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재 상설특검법은 국회 규칙에 따라 7명으로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며, 법무부 차관·법원행정처 차장·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한 명씩 추천하고 교섭단체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2명씩 추천하게 돼 있다.
하지만 규칙 개정안에는 대통령 또는 대통령과 민법 제779조에 따른 가족에 해당하는 자가 위법한 행위를 해 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은 추천할 수 없도록 했다.
규칙 개정안이 통과되면 김 여사와 관련한 상설특검 가동 시, 국민의힘에서는 후보 추천을 할 수 없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끝난 뒤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상설특검 수사요구안 및 규칙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시도할 계획이어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주민 의원은 “이해충돌 소지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비정상적, 반헌법적으로 사용하는 상황”이라며 “(상설특검) 규칙 개정은 거부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라도 할 수밖에 없었다. 매우 씁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특검 폭주가 점입가경”이라며 “규칙 개정이라는 꼼수를 동원해서 상설특검까지 추진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의 상설특검 규칙 꼼수 개정은 지금까지 야당이 밀어붙여 온 특검법과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특검 추천에서 여당을 배제한다는 것은 특검 추천위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을 명시해 놓은 상설특검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야당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특검수사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법률을 고쳐서 헌법에 명시된 재의요구권을 제한하려 하더니, 이제는 규칙을 고쳐서 법률을 무너뜨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상위법과 하위법이 있는 법체계를 송두리째 전복시키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거대 야당이 이런 식으로 꼼수를 동원하고, 국회의원의 권한을 악용해서 지엄한 법체계를 뒤흔드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며 “법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지고, 국민이 무너진다. 민주당은 자기 파괴적인 특검정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경기신문 = 김재민·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