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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르자 'DSR 사각지대' 담보대출 수요 급증

5대 은행 예담대 잔액 6조 원 돌파
보험약관대출도 석 달 새 7500억 원↑
"담보 없는 서민층, 불법사금융 내몰려"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자유로운 담보대출상품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경기 불황은 길어지고, 대출은 어려워진 서민들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불황형 대출'로 몰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5일 기준 예금담보대출(이하 예담대) 잔액은 6조 638억 원으로 2분기 말 대비 2830억 원 늘었다. 

 

올해 초 5조 원대를 기록했던 예담대 잔액은 3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면서 3분기 들어 6조 원을 넘겼다. 특히 스트레스 DSR 2단계가 도입된 9월에만 1000억 원 이상 늘었다.

 

예담대는 본인이 보유한 예·적금 및 청약통장의 자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상품이다. 통상적으로 예치한 자금의 95%를 빌릴 수 있으며, 가입한 수신상품의 금리에 1%포인트(p)가량의 가산금리가 더해져 금리가 산정된다.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수령하는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대출하는 보험약관대출(이하 약관대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영하(국힘·대구 달서갑)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약관대출 신규 취급액은 3조 9033억 원으로, 5월 이후 3개월 동안 약 7500억 원 늘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신규 취급된 약관대출 규모는 25조 6992억 원이다. 

 

금융사들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이 막힌 서민들이 생활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두 상품 모두 담보가 확실해 다른 상품에 비해 대출 절차가 간편하고, 대출 원금이 DSR 산정 대상에서 제외돼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통한다. 경기 침체기 잔액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카드론 등과 묶여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이 필요하지만 스트레스 DSR 시행과 각종 대출 규제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차주가 많다"며 "이런 차주가 늘어나 DSR이나 대출 제한 정책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간편하게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예담대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DSR 중심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담보대출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말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가계부채 증가율이 GDP 증가율 범위내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DSR 중심의 관리 기조하에 가계부채 증가 추이에 따라 준비돼 있는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담보를 제공할 여력조차 없는 서민들은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책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관련 한도를 조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 52만 명으로 추산됐던 불법사금융 이용자 수는 2022년 82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돈 빌릴 곳 없는 서민들이 보험과 예금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고 있는데, 그만큼 중저신용자들이 한계에 내몰린 것"이라며 "서민들의 생활자금으로 사용되는 몇몇 정책상품까지 줄어들 경우,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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