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계엄 사태 이후 일주일 동안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의 거래량이 3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내에서 발생한 패닉셀(공포 매도)로 인해 매물이 쏟아진 데다, 역김치프리미엄(국내 가상자산 시세가 해외보다 떨어지는 현상)을 노린 차익거래가 확산된 영향이다.
12일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7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바이낸스·바이비트·OKX·코인베이스·쿠코인·크라켄·업비트)의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649억 달러(약 93조 원)다. 이는 12·3 계엄 사태 직전 일주일(11월 26일~12월 2일) 거래량인 479억 달러(약 69조 원)보다 35.5%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표 직후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들이 패닉셀 현상을 보이면서 한국발(發) 가상자산 매물이 대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매물이 쏟아지면서 1억 3000만 원대였던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30분 만에 8800만 원대까지 급락했다.
여기에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거래량은 폭증했다. 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 국내 5대 원화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하루 거래량은 50조 원을 넘기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매도 및 매수 이용자가 동시에 몰리면서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국내 대형 가상자산거래소 사이트가 마비되는 이례적인 현상도 발생했다.
12·3 계엄 사태가 국내 한정 악재였던 만큼, -40%까지 확대된 역김치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까지 발생해 해외 거래소 이용량도 덩달아 늘어났다. 계엄 선포 직후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8800만 원대까지 떨어졌지만 같은 시각 바이낸스 등 해외 거래소에서는 여전히 1억 30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사고 해외 거래소에서 팔아 차익을 남기려는 양상에 해외 거래소 거래량까지 덩달아 상승했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높은 변동성을 인지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사상 초유의 계엄령 발표에 따라 혼란을 겪으면서 무더기로 매물을 던졌다"며 "이후 국내 특수성을 파악한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도 늘면서 거래량이 더욱 폭발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