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3 계엄 사태 이후 원·달려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환위기 우려에 대해 '지나친 걱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우리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 편성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외환위기 가능성 관련 질문에 "너무 과도한 걱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환 위기는 외채를 갚지 못해서 일어나는 위기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외환에 관해서는 채권국”이라며 “현재 외환 시장의 상황을 보면 환율이 올라갔을 뿐이지 외환 시장에서 차입을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질문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 수준이고, (우리나라가) 순대외채권국이기 때문에 외환시장 대응에 충분하다는 것이 세계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평가”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한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물가와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에 "지금까지 RP(환매조건부증권) 매입을 통해 나간 유동성은 14조 원 정도로 평상시 통화정책을 하는 수준과 비교하면 유동성이 (많이) 풀린 것이 아니다"라며 "환율나 물가가 올라가는 것과는 전혀 관계 없다”고 반박했다.
또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시장 안정을 위한 안전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에 신뢰를 주기 위해 우선적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탄핵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과거 두 차례 탄핵 사례와 같이 경제 정책이 정치와 분리돼 유지된다면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국외 환경이 예전과 다른 만큼 국외 환경 변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방문객 숫자나 수출은 단기적으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카드 사용량은 좀 줄어든 것 같다”면서 “경제심리지표는 굉장히 많이 떨어져 있고 불안한 심리가 있기 때문에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해 심리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검토하지 않는다"며 "한 달 정도 경제지표 움직임을 보고 판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음 금통위 본회의가 열리는 내년 1월 16일까지 흐름을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1.9%)보다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추경이 필요하다고 보냐고 묻자 “현재 통과된 예산안은 경제에 마이너스 0.06%포인트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하방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재정을 조금 더 이용할 그런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 또한 "대외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어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해야 한다는 건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며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는 예산이 통과된지 얼마 안 됐고 내년부터 예산이 시행될 수 있도록 충실하게 집행준비를 하는 게 최우선"이라면서도 "내년도에 대외불확실성이나 민생의 상황 등을 봐가면서 적절한 대응 조치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