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내년도 통화정책의 중심을 금융안정에 두고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조정할 방침이다. 물가 상승률 안정과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 속에서 대내외 경제 여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4일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을 의결했다고 25일 밝혔다.
금통위는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 추가적으로 인하할 계획”이라면서 “금리인하 속도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양상과 그에 따른 물가와 성장 흐름 및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리고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는 거시건전성 정책이 원활히 작동하며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리 인하의 영향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신정부 경제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신속히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안정 역할 강화를 위한 대출제도 개선도 지속 추진한다. 한은은 시장 불안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계획을 보완하고, 비정례 환매조건부증권(RP) 매입, 외화 유동성 공급, 외환건전성 규제 완화 등 조치를 상황에 따라 연장 또는 추가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기관의 유동성 관리를 위해 대출채권을 적격 담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IT 시스템을 개발하고,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도 필요 시 적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감안해 취약 부문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유지하며, 중장기적으로 실효성 제고 방안을 검토한다.
내년부터 한은은 통화정책 관련 대내외 소통도 강화한다. 금통위원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하고, 3개월 내 조건부 금리 전망을 개선한다. 또한 경제 상황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선행지표를 개발하고 미시 데이터를 확충하며, 경제 전망 오차에 대한 분석 결과를 매년 11월 공표할 계획이다.
단기 금융시장 내 통화정책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전환을 추진하며, 공개시장운영 원칙을 정리해 대외적으로 공표할 예정이다.
지급결제 서비스의 효율성과 국가 간 상호 운영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개선 노력도 이어간다. 한은금융망에 국제표준(ISO 20022)을 도입하고, G20 국가 간 지급 서비스 개선 과제를 수행한다.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토큰화 기술을 활용한 국가 간 지급 서비스 개선 연구도 병행할 예정이다.
가상자산 시장 모니터링과 스테이블코인 규제 논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급결제제도의 안전성을 높인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에는 통화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경제·금융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며 금융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