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광역철도가 최근 용인특례시는 물론, 경기도 전역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논란이라기 보다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려 공론화 하자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끝없는 요구에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침묵으로 무대응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경기도민들의 관심은 '김 지사가 왜 침묵으로 거의 일관하는 것일까'에 쏠려 있다.
이를 둘러싼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활동을 요악하면 이렇다.
이 시장은 최근 '경기남부광역철도'를 주제로 김 지사를 겨냥해 10여 차례나 맹폭했다.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한 2023년 2월 협약을 김 지사가 위반했다"며 1대 1 토론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 중앙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신설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지원을 요청하는 등 진정성을 보였다. 이어 "용인·수원·성남·화성시 등 4개 도시 시민 위한 사업인 만큼 꼭 성사시킬 것"이라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성남특례시의회는 이 시장 활동에 힘 싣는 결의안 채택했지만 정작 용인특례시의회는 무반응이다.
그동안 진행과정은 이렇다.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10일 김 지사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11일에는 경기도 시장·군수 정책간담회에서 김 지사를 바로 옆자리에 두고 ▲약속 위반 ▲무책임 등의 표현을 쓰며 김 지사를 비판했다. 이 후 수차례 보도자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지사가 용인·수원·성남·화성시 등 4개 시와 한 약속을 저버렸다"며 '이상일-김동연 1대 1 토론'을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집요할까.
이 문제를 주의 깊게 지켜 본 전문가와 공직자들의 분석은 이렇다. 경기남부광역철도(서울 종합운동장역~수서역~성남 판교~용인 신봉·성복동~수원 광교~화성 봉담) 신설 사업과 관련해 김 지사가 2023년 2월 용인 등 4개 도시 시장과 맺은 협약을 배반하는 행동을 했다는 이 시장의 판단에 기인한다고.
그동안 이 시장이 세상에 던진 보도자료를 요약하면 이렇다.
▲당시 협약을 체결했을 때 김 지사는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을 위해 함께 의논하고, 함께 추진하고, 중앙정부 건의도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혀놓고 협약과 배치되는 선택을 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수립할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과 관련해 광역자치단체별 광역철도 사업의 경우 1~3 순위까지만 반영할테니 우선순위를 정해서 내라고 하자 경기도는 경기남부광역철도 사업을 후순위로 GTX플러스 3개 사업을 1~3 순위로 해서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이다. 김 지사와의 신뢰에 금이 갔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 사업에 대한 용인 등 4개 시 공동용역 발주 결과 비용대비편익(BC) 값이 1.2가 나와 경제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4개 시민이 바라고 김 지사도 공동추진을 공언한 사업을 뒷전으로 미뤄 사업 실현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어긋나는 일들은 또 있었다.
이 시장이 ▲지난해 9월 16일 김 지사에게 연락해 김 지사와 용인·수원·성남·화성시 등 4개 도시 시장이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자고 했고 김 지사도 좋다고 했는데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이 지난해 11월 11일 김 지사와 경기도 31개 시·군의 시장·군수 정책간담회가 열리는 자리에서 회의 전후로 4명의 시장과 잠시 회의를 하자고 했지만, 도청 비서실로부터 만남이 어렵다는 통보를 10일 받았다 ▲같은 날 김 지사의 협약 위반과 만남 거부를 강력히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다음날 정책간담회에서 이 시장은 김 지사가 있는 자리에서 2023년 4명의 시장과 협약을 체결했을 때의 사진을 보여주머 김 지사의 무책임성을 지적했다.
이 시장은 GTX플러스 3개 사업에 대한 경기도의 용역결과 공개도 요구했다. 이 3개 사업의 경제성, 타당성을 경기도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3개 사업 비용대비편익(BC)값을 숨기지 말고 내놓으라는 것이다.
이 시장은 "2024년 4월 경기도가 낸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12조3000억 원 가량이 투입될 GTX플러스 3개 사업으로 GTX 혜택을 추가로 받게 되는 도민은 49만 명"이라며 "경기남부광역철도의 경우 사업비 5조2000억 원으로 용인 등 4개 도시 시민 138만 명이 수혜를 입게 되는 걸로 나오는데 어느 사업이 경제성과 타당성이 있는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라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 했다. "경기남부광역철도가 신설되면 용인 수지구 38만 명, 성남 25만 명, 수원 33만 명, 화성 42만 명 등 138만 명이 혜택을 입게 된다는 게 4개 시 분석"이라는 주장과 함께다.
이 시장의 김 지사를 향한 잇따른 맹폭에 경기도는 "GTX플러스 3개 사업을 앞순위로 정한 것은 경기도의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시장은 "2023년 2월 김 지사가 4개 도시 시장들과 협약을 맺고 경기남부광역철도 공동추진을 약속했을 때엔 김 지사 머릿 속에 지역균형발전이란 개념이 없었던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25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경기도의 경우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인구가 훨씬 많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도민도 매우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경기도 철도사업을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똑같이 국가철도망 계획에 3개만 반영하는 것은 경기도민의 교통불편을 외면하는 기계적 균형"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국가철도망 계획에 포함시킬 경기도 철도사업을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박 장관과 만나 경기남부광역철도 사업의 타당성을 강조하며 도와달라고 재차 이야기했다. 지난해 12월 12일에는 세종시로 내려가 진현환 국토교통부 1차관, 백원국 국토교통부 2차관을 만나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은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혼잡이 심한 용서고속도로를 이용하는 4개 도시 시민들에게 크나큰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경기남부광역철도는 서울 잠실의 종합운동장역에 연결되는 경량전철이다. 종합운동장역에서 서울 지하철 2, 9호선과 연결된다. 이어 서울 수서역(3호선과 SRT, GTX A, 수인-분당선 접속), 성남 판교, 용인 수지구 신봉·성복동을 거쳐 수원 광교,화성 봉담까지 가는 50.7㎞ 노선이다.
이 사업은 민선 7기 때 추진이 무산된 지하철 3호선 연장의 대안 노선이다. 2019년 용인과 수원, 성남 등 3개시는 지하철 3호선을 서울 수서역에서 세 도시로 연장하자는데 의기투합했으나 수서역 차량기지를 대체할 10만 평이 넘는 차량기지를 어디에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세 도시의 상황을 지켜보던 서울시가 수서역 차량기지를 옮기지 않고 그 위로 복합개발을 하겠다고 결정함에 따라 지하철 3호선 연장은 민선 7기 때 무산됐다.
2022년 7월 민선8기 출범 이후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꺼졌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해 10월 정명근 화성시장에게 화성 인구가 급증하고 화성시 면적도 서울보다 훨씬 큰 만큼 화성에서 차량기지를 제공하면 지하철 3호선 연장을 화성 등과 함께 재추진해 보겠다고 했다. 정 시장이 동의하자 그해 12월 이 시장과 정 시장,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신상진 성남시장이 만나 공동추진에 합의하고 4개 시가 지하철 3호선 연장 또는 대안 노선 발굴을 위한 공동용역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동용역 결과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이 지하철 3호선 연장보다 경제성이 훨씬 좋은 것으로 나타나 이 시장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서울 종합운동장역(2·9호선)에서 수서역(3호선, SRT, GTX-A, 수인분당선)을 거쳐 성남-용인 신봉·성복동-수원-화성까지 50.7㎞를 3호선의 10량 전철 대신 4량의 경량전철을 5분간격으로 운행하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안의 비용대비편익(BC) 값은 1.2였고, 서울 지하철 3호선을 수서역에서 화성까지 연장하는 사업의 BC값읏 0.71이었다. 용역 결과, 대안 노선의 사업비는 5조2750억 원으로 추산됐다. 지하철 3호선 연장 총사업비 추정액 8조4229억 원의 62.6%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상일 시장 등 4개 시 시장들은 이 대안 노선을 국토교통부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광역철도 사업에 반영해 달라고 지난해 5월 공동건의문을 채택해 국토교통부로 보냈다. “경기도 통행량의 32%를 차지할 만큼 인구밀도가 높고 교통량이 많은 용인-수원-성남-화성시는 대한민국 수도권 핵심도시다. 첨단 IT산업과 반도체 산업 등의 국가주력 사업체들이 네 도시에 입지하고, 경기도 내 총생산의 40%를 담당하는 만큼 경기남부광역철도가 수도권 교통의 중추역할을 할 광역철도로서 400만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시켜줄 것을 건의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경기남부광역철도가 신설되면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역에서 지하철 2·9호선과 연계해 강남~신논현~여의도 등 서울도심은 물론 김포공항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으며 2·9호선과 연결되는 서울의 다른 지하철을 이용해 서울 곳곳을 왕래할 수 있다. 서울 수서역에서는 지하철 3호선과 SRT, GTX-A, 수인-분당선도 갈아탈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7월쯤 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할 사업들을 결정할 전망이다.
이 시장은 "경기남부광역철도 신설은 4개 시의 시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사업이고, 용서고속도로 체증에 시달리는 4개 도시 시민들의 교통불편을 덜어주는 사업"이라며 "경제적 타당성도 높다는 것이 확인된 사업이므로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꼭 포함되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합리적 타당성이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도 진지하게 검토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5개년 계획에 포함될 것을 자신했다.
이같은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에 대해 이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진실한 답을할 차례라는 것이 경기도민 대부분의 마음이다.
[ 경기신문 = 최정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