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사태의 해결은 시간문제일 뿐, 다만 엄격한 법 적용으로 시시비비를 가려 반드시 그 결과를 엄벌함으로써 다시는 이 땅에서 문민통치가 훼손되는 일은 없게 하여야 한다. 이직 종결되지는 않았지만 남겨야 할 일이 있다.
12월 3일 한밤중의 거짓말 같은 비상계엄이 발동되자 시민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갔다. 불법적이고 부당한 계엄 선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 기구는 오직 국회뿐이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회 앞에는 사람들이 모였고 국회의원을 입장을 막는 군과 경찰을 질타했다. 역사 앞에서 죄인이 되지 말라고. 심지어 어떤 용감한 시민은 돌진하는 군 장갑차 앞을 막아섰다. 마치 1989년의 천안문 사태에서 탱크 앞을 홀로 막아선 이름없는 대학생처럼. 달려온 일반 시민들 덕분에 2시간 48분 만에 국회 의결로 비상계엄은 해제되었다.
12월 22일은 남태령에서 서울 시내로 향하던 농민들의 ‘전봉준 투쟁단’은 경찰 차벽에 막혔다. 돌아가라는 경찰의 경고에 이어서 물대포 등 힘없는 농민들은 진압 직전에 처해 있었다. 그 순간 여의도에 모여 탄핵을 외치던 응원봉 부대(?)가 그곳으로 모여들었다. 부모세대의 고마움을 느낀 평범한 대학생과 시민들이었다. 거리 때문에, 다음날 출근 때문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핫팩에서부터 따듯한 커피에 어묵 그리고 김밥까지를 선 결재해 주었다. 감동적인 모습은 난방버스의 등장이었다. 동짓달 한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라며 버스를 통째로 임대해 보내준 것이다, 결국 밤을 새운 농민들에게 다음날 경찰은 차벽을 물리고 시내 진입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태령 대첩이었다.
윤석열을 체포하라는 한남동의 시위에도 어김없이 시민들이 등장했다. 연일 강추위에 눈까지 내렸지만, 시위대는 밤새길 수십일 째였다. 눈 내린 새벽에 은박 담요를 뒤집어쓰고 버텨낸 모습을 보고 우리는 은박지에 싸인 작은 초콜릿 ‘키세스’에 비유해 ‘키세스단’이라고 명명했다.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아름다운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이들은 누구인가?
국가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않았고 아니 받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세금 내서 국가를 지켜온 평범한 국민이다. 그들은 빽도, 힘도 없고 남을 괴롭힐 줄도 모르는 선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세금으로 호의호식하는 자들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행태가 어떠한가? 그렇게 좋아하는 자유를 위해서 반대파를 모조리 적으로 돌려서 체포해 고문하고 심지어는 사살하라는 계획까지 세웠단다. 왕정을 꿈꾸는 자유인가? 정치인 다음은 누구일까. 뻔하다. 언론인과 지식인들일 것이고 그다음은 국민일 것이다.
우리는 이들을 일러 민중이라고 표현한다. 서구의 루소도 민중의 시대를 예견해 그들이 모여서 형성하는 일반의지(General will)에 의해 통치되는 이상사회를 구상했었다. 그동안의 역사는 소수의 엘리트가 장악해 그들의 의도대로 진행됐을지라도 이제 근대의 주역은 이런 평범한 민중들이다. 동학혁명에서부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최전선에도 이들이 있었고, 민주화 과정에서도 이들은 선봉에 서 있었다. 아무런 대가도 없었고, 요구하지도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제발 나라를 제대로 운영해 달라는 부탁뿐이다. 역사를 만드는 민중의 외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