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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도 넘겼다…銀 카드대출 연체율 '비상'

지난해 11월 기준 은행 카드대출 연체율 3.4%
10년만 최고치…2005년 '카드대란' 수준 근접
취약차주 건전성 약화 시 부실 확산 우려

 

은행권 신용카드 대출의 연체율이 3%를 돌파하며 '카드 대란'이 일었던 2005년 수준에 근접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서민경제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취약차주의 부실이 현실화되고,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평균 연체율은 3.24%다. 일반은행은 금융지주 산하에 카드 사업을 분사한 시중은행을 제외하고 카드업을 겸영하는 나머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의미한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기준 한 달 연체율은 3.4%로 2014년 11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른바 '카드대란'이 일었던 2005년 8월(3.8%)과 불과 0.4%포인트(p)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카드업계는 통상적으로 연체율이 2%를 넘어가면 위험다고 본다. 은행권 신용카드 대출의 연체율은 2023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행됐던 금융지원이 종료되며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고, 이후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며 대출을 갚기가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가계부채 규모가 커지고 연체율도 상승하면서 금융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태도를 강화하자 돈 빌릴 곳이 줄어든 저신용 차주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신용카드 대출을 찾으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카드론 잔액은 42조 7850억 원에 달한다. 

 

경기 악화로 인해 '빚으로 빚을 갚는' 이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카드사들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 6467억 원으로 1년 새 194억 원 늘었다.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한 차주가 카드사로부터 상환자금을 대출받아 기존의 빚을 갚는 것을 말한다.

 

카드사들이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 대출 규모도 평년보다 늘어났다.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대손상각비는 총 3조 1118억 원으로 이미 2022년 연간치(2조 8385억 원)를 넘어섰다. 대손상각비는 대출 후 돌려받지 못해 손실로 처리한 비용을 의미하며, 카드업계는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비해 대손비용을 미리 쌓아둔다.

 

이처럼 서민경제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차주의 건전성 약화가 금융권의 건전성에도 악영항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카드 대출의 특성상 차주들 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등 다른 대출도 보유한 다중채무자가 많아 연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등 타 업권에서 대출이 어려워진 저신용 차주들이 카드 대출로 몰린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차주들이 취약계층인 경우가 많아 만기 도래로 연체율이 더 늘면 부실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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