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주도한 12·3 계엄사태 전후로 1987년 이후 대한민국 헌법 개정에 관해 열띤 논의가 이어졌지만 최근 대선 정국이 가까워짐에 따라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개헌이라는 의제는 누군가에게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면서도 다른 이들에겐 인구·지방소멸의 열쇠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개헌’의 실체와 학계에서 분석하는 ‘개헌’의 당위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혼탁한 정치권…국민 무서워하는 국회 만들려면?
②지방분권형 개헌, 실질적 지방자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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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조기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여야의 ‘대권 잠룡’들이 개헌 논의를 화두로 삼고 있다.
이들은 지방분권형 권력구조 개편, 대통령 임기 단축 등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중 지방분권형 개헌은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인 인구·지역소멸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힌다.
지방분권형 개헌 방안은 ▲지방정부 행정체제 개편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상·하원의 양원제(지역대표형 상원) 및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이 있다.
먼저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및 행정체제 개편 목적은 지방정부가 지역에 실효성 있는 정책·입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있다.
헌법은 117조와 118조에서 지방자치제도를 규정하지만 행정 등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어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집행부와 의결기관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체계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적합한 지방자치 모델을 실현해야 한다는 게 법학자들의 설명이다.
김성배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인구·환경 등 지역 여건에 따라 지자체가 집행부와 의결기관을 분리 또는 병합해 운영할지, 단체장제 혹은 내각제를 선택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사회적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지역소멸이 심화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인구과밀 문제를 겪는 지자체도 있다. 각 지자체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중앙정부가 조직·예산편성 등에 있어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지역대표형 상원, 중대선거구제(광역 단위 선거구에서 2명 이상 선출) 도입의 취지는 거대 정당 중심의 국회 운영을 개선하는 데 있다.
대한민국이 채택하고 있는 단원제는 입법부인 국회를 1개의 합의체로 구성하는 제도다. 지역대표형 상원을 도입할 경우 국회를 다수의 하원과 소수의 상원으로 구성하게 된다. 상원의원 의석은 인구비례와 관계없이 지역별로 균등하게 배분된다.
여기에 기존 소선거구제(선거구 한 곳에서 의원 1명 선출)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면 특정 정당이 한 선거구를 독식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87년 개정된 헌법은 현 지방자치제도에 적합하지 않다”며 “현재 지역구 국회의원은 정당정치 속에서 지역구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입법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역대표형 상원제 : 국내·외 사례와 도입의 필요성(2021년)’에서 “(지역대표형 상원은) 수도권 집중완화와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한다”며 “(상원 설치는) 지역갈등을 완화하고 포용적인 국가 지향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치 전문가들은 근시일 내에 지방분권형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차기 대선에서 후보 간 대결구도가 확정될 경우 서로에 대한 심판을 전략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으며 개헌 논의는 거의 소멸 수준에 다다를 것”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방분권형 개헌은 기존의 권력구조를 완전히 재편하는 일”이라며 “대선 이후 새로운 정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이에 학계에서는 개헌 논의가 실제 절차로 이어지기 위해선 국민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장영수 교수는 “개헌은 정부, 여야 어느 한쪽에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결국 이들이 개헌에 나설 수 있게끔 국민들이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