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정부의 무역정책은 독특하다. 자유무역주의를 포기하고 관세 폭탄 정책을 통해 미국 이익을 추구하려고 든다.
바이든 전 정부에서는 동맹국과의 경제협력 방식을 좋아했다. 반도체, 전기차·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일본·대만과의 협력관계를 중요시했다. 바이든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지원법을 만들어 미국에 투자한 외국기업에 보조금을 주기로 약속했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K-배터리 3사, 현대차그룹 등 한국기업들이 현지 공장 건립에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는 대외경제정책 방향을 관세 폭탄으로 설정하였으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관계를 포기하는 대신, 고관세 투척을 통해 미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미국 내 지지 세력을 위한 트럼프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바이든의 핵심 정책인 IRA 폐지를 천명했다. 그는 지난 3월 4일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한국에 군사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는데 한국의 평균 관세율이 4배 높다. 공정하지 않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반도체지원법 폐지 의사도 피력하였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거센 폭풍이 한국을 향해 몰려오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경우, 미국 투자에 타격을 입게 된다. 현대차그룹도 IRA가 폐지될 경우, 경쟁사들과의 가격경쟁에서 영향을 받는다.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에 25%, 중국에 20%’라는 국가별 관세를 부과하며, 철강·알루미늄(25%), 자동차(25%)·반도체(25% 이상)에도 품목별 관세를 적용한다. 오는 4월 2일 이후에는 각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이를 기반으로 양자 협상을 추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관세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철강·반도체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우리나라 대외 수출의 주요국이기에 트럼프의 관세 폭탄 정책에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미 정부는 관세 폭탄이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외국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도록 압박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는 “TSMC가 보조금을 받지 않고도 미국에 1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상호관세는 대미 무역 흑자국들을 겨냥한 조치이다. 한국은 지난해 658억 달러 대미 무역흑자를 보았다. 상호관세는 고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도 문제 삼고 있다. 타깃 국가들과 일대일 협상을 위한 도구로 상호관세를 활용할 것이다. 비관세 장벽은 환율, 부가가치세, 각종 불공정 규제 등이 포함된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거래주의 방식을 선호하는 만큼, 정부는 조선산업 등 경제협력이 가능한 분야를 발굴하고 협상카드로 제시하여 관세 폭탄 충격을 줄이는 한편, 미 정부가 지적하는 비관세 장벽 문제에도 철저한 대비를 통해 향후 양자 협상에서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한다.
국회는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하며, 기업들도 수출시장 다변화, 첨단 기술력 강화, 노사협력관계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시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