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정비사업 수주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찰 유찰이 반복되다 못해 수의계약으로 방향을 틀어도 계약이 성사되면 다행이라는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GS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한 이후 지금까지 새로운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987년 준공된 840가구 아파트를 996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조합원 분담금에 대한 반발이 커지며 계약이 해지됐고 이후 수차례 시공사 유치 시도에도 불구하고 모두 무산됐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4가 도시환경정비구역 재개발 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총 사업비 8,47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은 최근 시공사 입찰을 실시했지만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조합 측은 재공고를 준비 중이지만, 여전히 건설사들의 참여 의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입찰을 기피하면서, 결국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4차 아파트 재건축은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입찰에 나서면서 경쟁 자체가 무산됐고, 이후 재입찰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이어지자 조합은 결국 수의계약을 결정했다. 해당 사업의 공사비는 1조 원을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부산 동래구 명장2구역 재개발도 세 차례 입찰이 연달아 유찰되며 수의계약 전환을 앞두고 있다. 1137가구 규모의 이 사업은 지난해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뒤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었지만, 시공사 선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입찰에 참여 업체가 2곳 미만일 경우 유찰로 간주하며, 동일 조건으로 한 차례 더 입찰을 실시한 뒤에도 단독 입찰이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엔 첫 입찰부터 아무도 응찰하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어, 조합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재값과 인건비, 금융비용이 모두 올라가면서 건설사들이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이 아니면 손을 떼는 분위기”라며 “과거엔 시공사들이 조합을 상대로 경쟁을 벌였지만, 지금은 조합이 시공사 모시기에 나서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찰 끝에 수의계약이라도 체결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