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선이 실시된 지역 투표소 곳곳에서 ‘중복 투표’ 의심 사례가 잇따른 가운데 선거인에 대한 본인 확인 절차가 미흡했던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복 투표 사례는 공통적으로 선거인명부와 신분증 확인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게 되는데 시스템 개선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선 선거일인 지난 3일 경기도 내 투표소에서 본인의 선거인명부에 다른 사람의 서명이 발견되거나, 중복 투표가 의심되는 사례가 다수 신고됐다.
3일 고양시의 한 투표소는 동명이인이 다른 사람의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뒤, 투표를 한 사실 확인돼 같은 이름을 가진 유권자가 수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있었다.
같은 날 안양, 평택 등 도내 투표소에서도 중복 투표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통상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전국 단위 선거는 본투표 과정에서 선거인명부에 기재된 등재번호, 신분증 등의 확인 절차를 거친다.
문제는 선거인명부 서명을 수기로 해야 하는 방식 탓에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같은 사건·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선거 시스템 개선은 공직선거법 등 법령 개정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본인 확인 방식을 변경하는 데에만 수천억 원대의 예산이 소요돼 실제 제도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와 같이 통합명부시스템을 통해 선거인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투표용지를 발급하는 방식을 본투표에 구현하는 데 대선은 약 1000억 원, 지방선거는 약 17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통합명부시스템 접속을 위해선 별도의 통신망을 사용해야 하는데, 전국에 마련되는 본투표 투표소 규모가 사전투표소의 4배에 달하고 공기관이 아닌 민간시설에도 설치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각 행정복지센터 등에 마련되는 사전투표소는 폐쇄망 등 기존의 보안 체계를 운용할 수 있는데 본투표 투표소는 섭외 자체도 힘들뿐더러 통신망 등 인프라 설치가 가능한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보안 설비를 마련한 투표소를 선거 때마다 계속 사용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유지 보수의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